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맹폭을 퍼부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다수의 인사가 사망했다. 이란이 반격하면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치권 일각의 반응은 감정적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란 폭격을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은 주한미군”이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주권국가에 대한 예방공격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근 몇 달 사이 다수의 비무장 시위대를 사살했다. 핵무장을 시도하고 역내 테러 단체들을 지원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며 ‘중견국 연대’를 외치던 캐나다와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미국 편에 섰다. 일본도 이란 핵 비확산을 강조하며 긴장 완화에 무게를 뒀다. 한국 역시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섬뜩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동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는 공습만으로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환상을 ‘스마트 폭탄 함정(Smart Bomb Trap)’이라 부른다. 공중 폭격만으로 레짐 체인지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초기의 ‘깔끔한’ 공습이 원하는 붕괴를 가져오지 못하니 타격 목표는 계속 늘어난다. 마땅한 출구 전략 없이 확전의 굴레만 남는 구조다.
고로 미국이 중동의 늪에 빠져 인도·태평양의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과 괌에도 배치된 미국의 사드 요격 미사일 재고가 중동에서 소진되고 있다. 이란에 쏘는 해상 발사 토마호크 미사일은 대만에서 미·중 충돌 발발 시 초기 몇 주 만에 동이 날 수도 있는 핵심 자산이다. 향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비축해 둔 무기를 중동으로 옮긴다면, 지역 안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가능성 역시 대비해야 한다. 국제 유가 상승은 우리 산업에 타격을 준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모아 해상 호송 연합 함대를 꾸리려는 의도로 한국에도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직접 나서기 부담스럽다면, 과거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소진된 미국의 포탄 재고를 채워주면서 우회 지원했듯이 다른 곳에서라도 연합 해군의 빈틈을 메워줘야 한다. 이란 전쟁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안보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져 중동 분쟁의 늪에 갇히면 위험하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목표를 아예 조기 달성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목적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한국의 기여 역시 어떤 형태로든 미국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시그널과 결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미국의 SOS를 받은 다른 동맹국들과의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상황이 긴박한데 일부 스피커들은 감정 섞인 미국 비판에만 열중한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예방 공격(preventive strike)’이 아닌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이라 불러야 할 침략 행위로 분류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선제 공격’은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자기 방어 차원에서 먼저 타격하는 행위로, 대체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장기적으로 힘의 균형이 불리해지기 전에 지금 시행하는 ‘예방 공격’이야말로 비판의 소지가 크다. 개념적 오류에 입각한 프레임 설정이다. 감정적 반응 대신, 터져버린 중동의 화약고가 아시아의 안보 공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