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0년 전만 해도 선거에서 청년 표심은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늘 민주·진보 진영을 찍는 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세대보다 수도권·충청 등 지역적 요인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 지형이 바뀌기 시작한 건 2010년대 후반, 청년층의 남녀 갈등이 거세지면서다. 2018년을 기점으로 2030 남성들의 민주·진보 진영 이탈이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대단히 심각한 문제였다. 선거마다 가져가던 고정표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떠나는 청년 남성들을 붙잡기 위해, 민주당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한 20대 남성을 전격 영입했다. 또래 남성들에게 소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대남 마케팅’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30 남성들은 오히려 당의 방향성 변화 없이, 20대 남성을 내세우면 자신들이 뽑아줄 거라고 본 얄팍한 술수를 괘씸하게 여겼다. 그 반감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에 대한 몰표로 표출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먼저 청년층의 이탈을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이 문제를 다루는 데 국민의힘보다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 청년·여성 등 정체성에 기반한 인물 영입이 소용없다는 걸 체득한 것이다. 몇몇 청년 영입 인사들이 구설에 오른 뒤로 민주당에선 인물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영입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선거 전 구성되는 각종 위원회는 정당인 또는 당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시민사회 활동가들로 꾸려진다. 특정 계파 중심의 폐쇄성을 비판할 순 있겠으나 적어도 운영의 안정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선 국민의힘보다 나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난 19일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을 완료했다. 공관위원 8명 중 6명이 여성이고, 5명이 청년(중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 인사와 외부 인사 비율도 반반으로 맞췄다고 한다. 청년·여성·외부 인사 중심의 위원회 구성은 얼핏 신선해 보인다. 그러나 신선함이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공관위는 자문 기구 성격의 여타 위원회들과 다르다. 선거에 출마하는 수많은 사람의 공천에 직간접적 영향을 행사한다. 그만큼 위원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굉장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 정치적 기반이 없는 인물들이 자기주장을 관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청년·여성·외부 인사로 겉치레한 인사 구성은 곧 “지도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비대위가 20대 청년 이준석을 영입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정치 풍토에서 20대 청년을 지도부에 앉힌 파격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당 개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덕이 컸다. 김종인·이상돈 등 자당에 비판적이던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고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진 복지 담론을 선점하지 않았던가. 이미 정치적·법적 판단이 끝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도 하세월이 걸리는 지금의 국민의힘과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당 요직에 청년·여성을 기용해 이미지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반복됐다. 하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둔 기억은 별로 없다. 흔한 요식행위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껍데기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마련이다. 최근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일부 위원들의 ‘이재명 변호’, ‘이재명 캠프 본부장’ 이력이 논란이 되고, 급기야 한 명이 사퇴하게 된 건 그 전형을 보여준다. 현재 국힘은 10년 전에나 통했을 정체성 마케팅을 답습하며 과거에 같은 실수를 했던 민주당 꽁무니를 쫓고 있다. 그 간격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