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의 시대는 끝났다. 특수 직종이 아닌 다음에야 일상에서 넥타이를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우 콜먼 도밍고는 2024년 한 시상식에서 턱시도에 넥타이 대신 실크 스카프를 매고 나와 50대 중반에 할리우드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아쉽기도 하다. 넥타이는 격식과 권위의 상징이지만 남자가 드러내 놓고 멋을 부려도 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래서일까. 몇 해 전부터 남성지 ‘GQ’ 등에서는 넥타이를 대체할 남성의 아이템으로 스카프를 주목하고 있다. 배용준의 두툼하게 두른 머플러가 아니다. 얇은 울, 실크,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 위에 우아함 혹은 과감한 아트워크를 내세운 스카프들이다.

2024년 2월 런던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콜먼 도밍고 /로이터

남자가 화려한 스카프라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카프는 남자의 복식사에 늘 존재한 클래식이다. 버튼다운 셔츠에 넥타이 대신 스카프를 맨 마일스 데이비스나, 이탈리아 멋쟁이들을 떠올려 보자. 넥타이 전문 업체로 시작해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왕국을 완성한 랄프 로렌도 있다. 그는 넥타이 사업으로 일가를 이룬 뒤 넥타이가 없어도 우아할 수 있는 착장을 제안했다. 오늘날 Z세대들이 ‘랄프 턱’이라 부르는 셔츠 단추를 절반 이상 풀어헤친 다음 셔츠 밑단을 바지에 넣어 입고, 목에는 다양한 스카프를 둘러 자유로움에 우아함을 더했다.

고전적인 페이즐리 문양 스카프를 둘러 격식에 에너지를 더했다 /핀터레스트

스카프가 계승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넥타이에게만 허락되었던 내면의 식상(食傷)을 펼치는 재미다. 다만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멋 부린 느낌’은 최대한 빼길 추천한다. 단색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색상은 패턴이 얼마나 현란하든 입는 옷과 톤을 맞추면 된다. 매는 방법 또한 단순할수록 좋다. 가장 기본적인 반을 접어 고리 사이에 집어넣는 방법이나, 재킷 안쪽에서 살짝 드러나도록 목에 두르는 정도가 중용의 미덕이다.

아트워크가 있는 스카프는 사실상 남자가 부릴 수 있는 지적인 사치다. 한 폭의 그림이 예술적 영감을 일깨우고,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코트 깃 사이에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길 권한다. 변혁과 도전의 에너지 같은 예술의 태도가 일상의 영감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스카프는 여차하면 아내 선물로 치환할 수 있다.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사치품인 동시에 무척 경제적인 남자의 물건이다.

스카프는 넥타이 대신 V존을 채울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