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의 얼음조각.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의 미국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작품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개회식과 폐회식을 위한 미국선수단의 공식유니폼을 디자인한 랠프 로런(Ralph Lauren)이 후원했다./박진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시작됐다. 개막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뉴욕 록펠러센터에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공공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개회식과 폐회식을 위한 미국 선수단 공식 유니폼을 디자인해 온 랠프 로런(Ralph Lauren)이 후원한 얼음 조각이다. 작품은 뉴욕주 시러큐스의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 세계 얼음 조각 챔피언이 동료 다섯 명과 함께 10m³ 부피의 얼음을 닷새 동안 깎아 만든 다음 맨해튼으로 운반했다. 약 3.7m 높이의 모델들은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파라 스노보드 종목의 미국 국가대표 3인이다.

자연의 소재이자 계절의 소재를 다루는 얼음 조각은 단일 재료와 색채로 구성돼 오직 형태로만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투명성과 간결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과 같은 정교함 역시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가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랠프 로런 패션 특유의 정확하고 단정한 라인을 살리면서 동시에 따뜻한 유니폼의 질감마저 잘 표현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비장한 선수들 표정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제한된 수명 때문에 결혼 피로연이나 연회장, 뷔페에서 주로 보게 되는 얼음 조각이 공공 장소에 등장한 것은 신선하다. 마침 열흘간 지속된 영하의 날씨 덕분에 조각은 온전히 보존되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디자이너 랠프 로런의 고향인 뉴욕, 그리고 올림픽 공식 중계 방송사 NBC가 위치한 록펠러센터라는 위치 선정도 합리적이었다. 1930년대 록펠러센터의 설계 당시부터 시민을 위한 광장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혹한의 날씨에 눈이 산처럼 쌓인 시내지만 많은 뉴요커와 관광객이 찾아 사진을 찍으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풍경이 훈훈하다. ‘ICE(이민세관단속국)’ 때문에 심란한 뉴요커들의 마음을 ‘ICE(얼음)’가 녹여주는 아이러니다. 전시는 이틀 동안이었지만 창조되었다가 사라지는 얼음 조각의 미학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의 얼음조각. 많은 뉴요커들이 찾아 기념사진도 찍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다지는 풍경은 맨해튼의 얼어붙은 정서를 녹이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