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합당 이슈로 ‘심리적 내전’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제명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다. 양당 모두 본질은 권력 투쟁이다. 정치는 ‘경쟁적 협력’과 ‘협력적 경쟁’ 사이에 균형을 찾는 기술이다. 정치는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사람의 영역이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은 정치에 안 맞는다. 민주당은 같은 것을 찾아 통합으로 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다른 것을 찾아 분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과 한동훈을 당에서 쫓아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가 ‘주의 촉구’에서 ‘탈당 권유’로 바뀌는 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년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주의 촉구’를 결정하면서 “정치적인 견해의 표현은 민주 국가에서 보장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당 내에서 그 정도 허용도 안 되는 건 민주 정당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잣대로 잰다면 지금 당권파 정치인 대부분도 같은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
윤리위원장을 윤민우로 교체한 후 원하는 목적을 이뤘다. 결정문이 놀랍다.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이기 때문에 당원이 당대표를 비판하면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문은 나치즘과 북한 수령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논리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비판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을 닮아 가고 있다. 이준석·한동훈·김종혁은 중앙당 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라 ‘당중앙’의 ‘숙청’을 당한 것이다. 자유주의 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권력 투쟁의 핵심은 ‘윤석열 노선’과 ‘한동훈 노선’의 타협할 수 없는 실존적 충돌이다. 지금 상황이 윤석열과 한동훈을 동시 청산하는 과정인 듯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 기만이다. 당 게시판 이슈는 충돌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일 뿐이다. 비상계엄·탄핵·부정선거를 대하는 태도가 충돌의 본질이다.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며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2등 공신, 3등 공신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기는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변화가 없고, 그러니 이길 수도 없다. 장동혁 대표는 황교안과 윤석열 노선을 추종하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주장으로 참패를 자초한 후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망상과 “다 이기고 돌아왔다”는 정신 승리를 따라가고 있다.
물론 윤석열·황교안·장동혁도 계획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정치도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의도보다는 의지가, 의지보다는 역량이, 역량보다는 실행이, 실행보다는 결과가, 결과보다는 ‘파장’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쫓을 의도·의지·역량이 있었고 실행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파장을 읽지 못했다. 이준석을 내쫓고 선거 연합을 해체한 것이 자기가 앉은 의자 다리를 자기 손으로 자른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장동혁 대표도 똑같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어떤 파장이 올지 지금은 모를 것이다. 훗날 그 순간이 몰락의 시작이었다고 후회할 날이 올 수 있다.
장동혁 체제의 지분을 가진 유튜버 고성국과 전한길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성국은 “전두환·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한길은 “윤석열을 절연하면 장동혁을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전두환과 윤석열은 한밤중에 군을 동원해 위헌·위법한 쿠데타와 비상계엄을 한 사람들이다. 절연을 선언해도 지워질까 싶은데 자랑스럽게 계승하자니 ‘군사 독재 DNA’가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이 충격이다.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블랙스완’이다.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을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커런시 워’에서 제임스 리카즈는 그것을 ‘일상적 사건의 극단적 결과’로 정의했다. 1987년 이후 다시는 군을 동원하는 쿠데타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깬 ‘12·3 친위 쿠데타’를 보니 제임스 리카즈의 정의가 더 부합하는 듯하다.
한동훈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한 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지금 국민의힘 전략 노선은 ‘고성국이 쏘아 올린 전두환’으로 인해 ‘전두환 대 김영삼’ 구도가 됐다. 전두환·윤석열을 계승하는 세력은 군을 동원한 쿠데타나 비상계엄을 옹호한다. 김영삼을 계승하는 세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론적 대립이다. 한동훈은 김영삼 쪽에 섰다. 장동혁 대표는 어느 쪽에 설 것인가.
한국인은 정당보다 인물에 정치적 정체성을 투사한다. 2016년 총선 당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높았지만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김대중·노무현 지지가 이명박·박근혜 지지보다 높은 곳은 민주당이 이겼다. 숨겨진 민심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이재명을 놓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문재인·이재명 대 박근혜·윤석열 중 어느 쪽 지지가 높겠는가. 선거 예측엔 정당 지지율보다 (숨겨진 민심을 반영하는) 실제적 지표다. 아마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물으면 그나마 격차가 좀 줄어들 것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내세워 어떻게 선거를 이기나. ‘이기는 변화’는 장동혁 대표가 어느 쪽에 설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