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증시 부양 관련 논의가 본격화한 건 2024년 가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마에 오르면서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 차례 유예된 금투세는 원래 2025년 시행 예정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금융소득에 20∼25%의 세금을 매기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당시 한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금투세 시행 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발표하자, 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온라인 2030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금투세를 ‘이재명세’로 불러야 한다”는 비판이 확산했다. 이 여론에 놀란 민주당은 2024년 9월 금투세 시행과 유예를 놓고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의원들 간 토론에 “역할극이냐”는 야유도 나왔지만, 중요한 건 이 찬반 논쟁을 모두 민주당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자산 이동을 유도하며 새로운 판 짜기에 들어갔다. 오늘날 부동산 양극화에 원죄가 있는 민주당으로선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개인들의 투자 심리를 부동산이 아닌 증권시장으로 돌리는 건 필사적인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두 차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코스피가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기성세대의 견고한 자산이라면, 주식은 청년 세대가 기댈 수 있는 희망에 가깝다. 부동산 가격은 부모 도움 없이 자력으로 매입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2024년 기준 전체 주택 소유자 중 30대 이하는 10.6%에 불과하다. 20대 이하와 30대 가구주의 주택 소유율은 각각 9.4%, 36%로 2023년보다 0.9%포인트, 0.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4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는 주택 소유율이 늘었다.
집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청년 가구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전체 자산에서 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과거엔 예·적금이 대부분이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주식·채권·펀드 등 투자 자산 비율이 빠르게 늘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데 저축만으로는 ‘벼락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불안감이 확산한 탓이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층에서 주식·채권·펀드를 보유한 가구 비율은 팬데믹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다.
집값은 너무 올랐고 가상 화폐는 해킹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은 청년층의 유일한 자산 증식 사다리로 자리매김 중이다. 2024년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 절반이 2030 소유였다. 2025년 하반기엔 반도체 주식이 강세를 보이면서 청년층의 ‘빚투’가 크게 늘었다. 정부는 혹시라도 주가가 꺾여 민심이 돌아설까 노심초사하며 모든 수단을 쏟아붓고 있다. 코스닥 띄우겠다며 연기금까지 끌어들이는 걸 보면 말이다.
신기하게도 증시 부양 논쟁은 여야가 아닌 여권 내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증시 부양을 위해 세금을 깎아주자는 쪽도 민주당(이소영·이언주 의원 등)이고, “부자 감세”라며 신중론을 펴는 쪽도 민주당(진성준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은 이따금 정부 정책에 논평이나 낼 뿐, 적극적으로 의제를 주도하는 인물이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은 2030세대의 이탈을 초래했다. 덕분에 국민의힘은 청년층의 지지라는, 전에 없던 반사이익을 누렸다. 지금 아파트 값이 다시 꿈틀대지만, 이재명 정부가 증시 부양에 성공한다면 그 여파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힘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