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테이블 매너를 중시한다. 영국 아이들은 입에 음식이 있을 때는 절대 말하지 않기, 식사 중 식탁에 팔꿈치 올리지 않기, 적합하지 않은 물건을 식탁에 두지 않기 등 수많은 규칙을 교사와 부모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식탁 위에서 가위를 보는 것은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영국에서 가위는 사무실이나 아이들 공작 시간에나 쓰는 문구류에 불과하다. 만약 영국인을 한국 고깃집으로 데려가 익은 고기를 가위로 잘게 썰어주거나 피자를 구워 가위로 잘라준다면 그들은 분명 깜짝 놀랄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한국에서 빵을 사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빵값을 계산한 직원은 묻지도 않고 가위로 빵을 듬성듬성 잘라 봉지에 담아 건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위를 주방 도구로 여기는 한국 문화에 서서히 익숙해졌다. 특히 김이나 피자를 자를 때 가위보다 더 효율적인 도구는 없다는 점도 인정하게 되었다.

가위가 영국이나 한국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가위 산업에 양국이 기여한 바는 크다. 한국 장인들은 경첩이 달린 가위를 만들어 동아시아에서 가위 제작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8세기쯤 만들어진 섬세하고 화려한 금동초심지가위는 신라 시대에 한국인들이 이미 경첩이 달린 가위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증거다.

경주 월지 금동초심지가위, 보물 1844호, 길이 25.5㎝, 국립경주박물관.

이런 전통은 현대에도 이어져 한국산 미용 가위는 전 세계 미용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산 가위는 그 어떤 두껍고 거친 머리카락도 뜨거운 칼이 버터를 자르는 것처럼 쉽게 잘라준다고 한다.

오늘날 식탁 위에서 사용하는 가위들의 대량생산을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철강으로 유명한 도시 셰필드는 한때 세계 가위 생산의 중심지였다. 가위 제조업은 18세기 중반 시작됐고, 19세기에 이르자 셰필드에만 60곳이 넘는 가위 공장이 생겨날 정도로 번창했다. 가정에서 가위의 역할에 대해 한국과 영국은 서로 다른 문화적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양국이 가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