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유행하는 패션 브랜드 중 칼하트(Carhartt)가 있다. 1889년 미국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의 창고에서 재봉틀 두 대로 시작한 의류상이다. 철도 노동자를 위한 튼튼한 옷을 만들다가 후에 방화복·군복으로도 이어졌다. 기능성 의류였던 만큼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주머니가 많아 1980년대 마약상들이 애용했고, 옷을 크게 입고 낡은 스타일을 선호하던 그래피티 아티스트, 래퍼, 그리고 롤러블레이드를 타던 청소년들이 간혹 입었다.
요즈음 이 브랜드가 부활하고 있다. 거의 매일 지하철에서 칼하트를 입은 승객을 한 명 이상 본다. 유행의 바탕에는 ‘작업복’의 본질을 유지한 철학이 있다. 공장·철도·농장 일에 적합한 두꺼운 캔버스 천, 강화된 스티치는 비싸지 않으면서 내구성이 좋다. 거기에 채도가 낮은 베이지나 카키, 네이비블루 등 튀지 않는 기본 색상, 투박하고 묵직하면서 간결한 스타일, 스포츠 의류와 같은 기능의 첨가로 매력을 완성했다. 예전에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유세 중 버락 오바마가 입었고, 리암 니슨 등 유명인이 착용하면서 인기가 폭발했다. 유럽과 일본, 마요르카섬까지 진출할 만큼 세계적 브랜드가 되었고, 특히 아웃도어 생활의 비중이 큰 알래스카에서는 마치 주(州) 공식 의류처럼 여겨진다.
칼하트는 옷을 만들지만 패션의 트렌드를 추종한 적이 없다. 그래서 도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또 다른 라인도 ‘작업 중’을 뜻하는 ‘WIP(Work In Progress)’로 명명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초월한 미학은 여전히 작업자들에게 선택되고, 동시에 세대를 지나 젊은 층의 마음도 훔친다. 어쩌다 아버지가 오래전 입다가 장롱에 넣어둔 칼하트를 입고 나간다면 그 오리지널 빈티지 감성에 부러운 눈길을 받는다. 자신의 DNA를 바꾼 적 없이 꾸준히 한 가지 길을 걸어온 여정이 공장 바닥과 패션 런웨이를 모두 사로잡은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