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를루아르의 '밤에 발레를 추는 루이 14세'(1917)

발레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꼽으라면 루이 14세가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일 것이다. 당시 프랑스 궁정 발레는 아마추어 귀족과 프로페셔널 무용수가 함께 춤추던 독특한 양식이었다. 왕이자 무용수였던 루이 14세는 매일 여러 시간 춤을 연습하며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다. 그러나 발레 테크닉이 발전하며 아마추어가 따라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르자 몸이 둔해진 왕이 무대를 떠났고 귀족들도 떠났다. 발레는 프로의 영역이 되었다.

넓고 얕았던 분야가 좁고 깊어졌다. 이것이 진보일까. 테크닉의 정교화와 작품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그러하다. 무용수들은 전보다 높이 뛰어오르고 많이 돌게 되었고 ‘라 실피드’ ‘지젤’ 같은 걸작이 탄생했다. 발레의 역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그늘도 있다. 귀족과 평민, 프로와 아마추어가 제한적으로나마 어우러지던 장이 사라지면서 발레는 대다수 사람의 삶에서 멀어졌다.

오늘날의 발레는 철저히 전문화되었다. 발레를 전공한다는 것은 대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입문해 엄격한 훈련과 선발을 거쳐 성장함을 뜻한다. 전문 교육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이 최고의 경지를 갱신하며 관객을 열광케 한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하지만 때로는 프로가 되는 문이 너무 좁고 너무 일찍 닫히는 건 아닌가 싶다. 발레와 취미 발레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세상엔 스무 살이 넘어 입문해도 프로가 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 발레는 왜 열 살 남짓부터 인생을 걸어야 하는가.

최근 뉴스에서 ‘디비전 리그’라는 개념을 접했다. 스포츠계에서 실력별로 단계를 나누어 경쟁하는 리그를 뜻하는데, 종목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중 대한테니스협회가 시행하는 디비전 리그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경쟁하는 통합 리그라고 한다. 스포츠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지만 바로 그 이유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테니스협회의 디비전 리그가 새로웠던 것은 프로의 길에서 멀어진 아마추어를 다시 초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프로만 살아남는 대신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생활 체육 활성화를 위해 고안된 제도이고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현역 선수들에겐 생활 체육인과 리그를 이룬다는 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체제에선 누구나 생애 어느 지점에서든 합류해 어울릴 수 있다. 크고 작은 문이 열려야 저변도 확대된다. 발레도 그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