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다. 출근길에 주머니에 넣은 손과 패딩을 보는 일이 흔해졌다. 연말이 찾아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연말 음악계 시상식 시즌이 찾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11월 28일 CJ ENM이 주최하는 ‘MAMA 2025’가 열린다. 12월 20일엔 멜론이 주최하는 ‘MMA 2025’가 이어진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수상을 위해 치열하게 투표 중이다. 열기가 후끈하다.

음악 시상식 시즌이 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음악 시상식들이 너무 아이돌 위주여서 미국의 그래미 등과 비교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워낙 오래되고 반복된 비판이라 최근엔 ‘말해 뭐 해’ 분위기도 있는 듯하다. 그만큼 고질적 문제이고 지속되어온 이슈다.

시상식 주최자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상식은 자사 브랜딩에 거대한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라 대중성을 경시할 수 없다. 그리고 한 해를 대표할 만한 인기를 누린 가수들이 대부분 아이돌이다. 인디나 장르 음악을 사랑한 팬들도 꽤 되지만 규모 면에서 아이돌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다양성 부족은 시상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상식이 현상이라면 본질은 가요계의 불균형 구조에 있다. 애초에 가요계가 대형 기획사와 아이돌 중심이기 때문에 최대 음악 축제들 역시 그것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음원 수익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실물 음반, 콘서트, 광고 등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수익 창출에 강한 가수 형태는 팬덤의 동원력이 강한 아이돌이다. 판이 그렇게 짜였기 때문에 재능 있는 인력과 규모 있는 자본이 대체로 아이돌로 모이고 있다. 다양성이 확대될 토양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도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존하는 대안 시상식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대표 시상식들이 장르 분야를 강화하고 전문 심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안 시상식들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문 심사 비율을 강화한 ‘베스트 뮤직 스타일’ 상을 멜론 뮤직 어워드가 신설해 주류와 비주류 사이를 연결하는 좋은 연결 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실리카겔의 ‘Tik Tak Tok’은 2023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직 스타일 상을 수상한 곡이다. 현장에 모인 관객 1만2000명 앞에서 인디 록 밴드의 대표곡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더욱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대안이 꼭 전복일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