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R/X ‘GOLDEN’(2025)

“숨는 건 이제 그만, 이제 난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처럼 빛나고 있어(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지휘 게오르그 솔티)의 일원으로 그래미상 클래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 후 한국인의 그래미상 수상은 단 한 명, 사운드 엔지니어 황병준이 전부였다. K팝 히어로 방탄소년단(BTS)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트로피는 놓쳤다.

하지만 지난 7일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68회 그래미상 후보 명단은 달랐다.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부른 ‘아파트(APT.)’가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한 세 부문 후보에 올랐다. K팝 아이돌이 그래미의 ‘빅4’ 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도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다섯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는 ‘최우수 신인상’ 후보로 지명됐다.

특별상을 제외하고도 거의 100개에 이르는 그래미 트로피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최우수 신인 이 네 개의 상을 제너럴 필드 혹은 ‘빅4′로 부른다.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이지만 비영어권·비백인 음악엔 편견을 가진 그래미가 드디어 K팝에 안방을 개방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영어권 노래로 ‘빅4’를 수상한 사례는 1959년 이탈리아의 칸초네 가수 도메니코 모두뇨의 ‘볼라레(Volare)’가 유일하다. 흑인 뮤지션의 경우도 1968년에야 피프스 디멘션이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으며 간신히 그래미의 테이블에 앉았다. 내년 2월 1일 제68회 그래미상 시상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그날 밤 K팝의 이름이 불릴까? BTS가 넘지 못한 마지막 문턱을 이번에는 넘어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