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해리스 바(Harry’s Bar). 베네치아의 귀족들을 비롯해 필립 드 로스차일드, 페기 구겐하임,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명사들의 단골 술집이자 벨리니(Bellini) 칵테일의 탄생지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해리스 바(Harry’s Bar)’가 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있는데 바텐더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단골이던 미국인 사업가 해리 피커링(Harry Pickering)의 도움으로 1931년에 연 곳이다. 베네치아 귀족들을 비롯해 필립 드 로스차일드, 페기 구겐하임, 마리아 칼라스 등 명사들이 모이던 술집이었다. 이 바에서 ‘카르파초’가 탄생했다. 조리한 고기를 먹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한 백작 부인을 위해 셰프가 얇게 썬 생소고기에 소스를 약간 가미해서 내놨는데, 그 붉은색이 화가 비토레 카르파초(Vittore Carpaccio)의 그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음식 이름이 됐다. 식전주로 유명한 ‘벨리니’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살구 넥타와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가 섞이는 색이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 그림의 몽환적 분홍빛을 연상시킨다고 해 칵테일 이름이 됐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 바는 2001년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파리의 해리스 바(Harry’s Bar). '칵테일의 아틀리에'라는 별명답게 ’블러디 메리’, ‘사이드 카’, ‘화이트 레이디’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한다.

파리에도 해리스 바가 있다. ‘파리 안의 맨해튼’이라 할 만큼 미국인 손님이 많아 택시를 타고 어설픈 프랑스어 발음으로 “상크 루 더누(5 Rue Daunou)!”라고 그 주소를 말하면 웬만한 기사가 다 알아듣는다. “칵테일의 아틀리에”라는 별명답게 ‘블러디 메리’ ‘사이드 카’ ‘화이트 레이디’를 창작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베네치아와 파리의 ‘해리스 바’는 사실 서로 무관하다. 두 곳의 연결 고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이다. 헤밍웨이는 유럽에서 수많은 바를 들렀지만 이 두 바를 특히 자주 찾았다.

다른 도시에서도 그 이름을 따르는 바가 열렸다. 런던 해리스 바는 이탈리아 음식 멤버십 클럽으로 운영하고, 로마 해리스 바는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 등장했다. 한 도시에서 시작된 바의 이름이 브랜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