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월간지 'W코리아'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유방암 인식 개선' 목적으로 개최한 '러브 유어 더블유 (Love Your W) 2025' 캠페인./ W코리아 인스타그램

한국인이 영 못 하는 게 있다. 칭찬이다. 가벼운 일상적 칭찬이다.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하다. 누가 예쁜 옷을 입어도 “오늘 좀 멋진데요?”라는 말을 못 한다. 하기 전에 온갖 생각을 한다. 과하게 입었다는 소리로 들릴까? 오늘만 볼만하다는 비아냥으로 들릴까?

답변도 정해져 있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냥 대충 입었어요”라는 말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무슨 꿍꿍이지?’라는 표정이 스친다. 나는 영어권 국가에서 잠시 살았다. 그런 칭찬은 일상적이었다. 답변도 한결같았다. “생큐!”다.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가볍게 던지는 ‘스몰 토크’ 영역이라 그렇다. 한국어의 “밥 한번 먹어요”와 같은 소리다.

한국어는 고(高)맥락 문화의 언어다. 그냥 하는 말은 잘 없다.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위계와 상황이 중요하다. 맥락 없는 스몰 토크는 힘들다. 커피숍에서 모르는 옆 사람에게 “날씨 너무 좋네요”라고 말을 건네는 일은 없다. 상대방은 짐을 주섬주섬 챙겨 다른 자리로 도망칠 것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요즘은 한국도 파티가 많다. 잡지사나 브랜드가 여는 파티다. 나도 초대받은 적 있다. 모양새는 할리우드 파티처럼 근사하다. 샴페인도 있다. 테이블에 꽃도 있다. DJ도 있다. 사람이 문제다. 스몰 토크 문화가 없으니 공기가 어색하다. 끼리끼리 모여 있다. 끝나면 친한 사람들만 2차를 간다. 소주를 마시러 간다.

얼마 전 한 잡지사 유방암 자선 파티 영상에 난리가 났다. 취지와 거리가 먼 유명인들 친목 파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목 파티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색했다. 모두가 친목을 나누는 게 아니라 친목을 나누는 걸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미는 있는 행사니 내년부터는 형식을 좀 바꾸자. 동네 잔치처럼 기부할 경품을 건 유방암 관련 퀴즈 대결 같은 걸 주 행사로 하면 좋겠다. 취지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파티가 될 것이다. 맥락이 절로 생길 것이다.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