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호(江湖)는 자유롭다. 엄격한 신분 질서가 작용하는 관본(官本)의 상층 사회 분위기와는 퍽 다르다. 그러나 험악하며 사악할 때가 많다. 힘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잡아먹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처절한 정글이다.

전통적인 중국 강호의 그런 험악한 분위기를 일컫는 글자와 은어(隱語)들이 있다. 사람을 돈이나 재물로 간주하는 시선이다. 글자 표(票)가 우선 그렇다. 여기서는 은(銀)으로 바꿀 수 있는 전통 지폐의 뜻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을 납치해 인질로 삼곤 했던 옛 중국 강호에서는 잡아온 이를 육표(肉票)라고 적었다. ‘살아 있는 돈’이라는 뜻이다. 그 목적으로 사람을 납치하는 행위는 ‘동여매다’ ‘묶다’라는 뜻의 글자를 앞세워 방표(綁票)라고 했다.

그러다가 뜻을 이루지 못할 때는 그 인질을 죽인다. 이 경우는 ‘찢다’라는 뜻의 글자를 붙여 ‘시표(撕票)’라고 표현한다.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중국 강호의 흑사회(黑社會)가 자주 썼던 은어들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여전하다.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이나 대만에서도 이 말들은 신문의 지면을 크게 장식할 때가 많다. 유명 연예인, 대기업의 후계자 등이 납치와 협박의 대상이다. 이 말들은 청대(淸代)에 본격 유행해 지금까지 변함없이 쓰이고 있다.

동남아 일대에서 중국의 흑사회가 벌이는 납치, 협박, 감금, 사기 등이 크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벌어진 한국인 사망은 빙산의 일각이다. 여러 국가의 인원이 참여한다지만, 그 중심은 중국 흑사회다.

캄보디아의 범죄 현장을 일컫는 ‘웬치’라는 말이 ‘단지(團地)’라는 뜻의 중국말 ‘원구(園區·위안취)’에서 비롯했음을 보면 그렇다. 그 중국 강호의 살벌한 촉수가 동남아를 덮었다가 이제는 한국 사회 곳곳에까지 퍼지지 않았는지 당국은 정신 바짝 차리고 살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