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0월 9일 나는 안데스 산맥 밀림에 있다. 여기서 게릴라 체 게바라가 어제 체포되었고, 오늘 축사(畜舍) 같은 학교 건물 안에서 사살된다. 후송 대신 총살을 결정한 것은 CIA가 아니라 볼리비아 바리엔테스 정권의 군부였다. 그들에게 게바라는 당장 안 죽이고는 못 배기는 악마였고 살려두면 뒷감당이 어려운 유명 인사였다. 하루 동안 병원 세탁실에서 전시된 시신은, 두 손만 잘려 쿠바로 보내진 뒤, 암매장됐다.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을 망망대해로 던져버린 이유와 같다. 묘지가 상징이 되는 게 두려워서다.
한데 실수가 있었다. 사진 작가가 게바라의 시신 사진을 찍은 것이다. 눈 뜬 채 죽어 있는 그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고, 이 이미지가 이후로 불멸하는 혁명 아이콘이 돼 전 세계를 지배한다. 실체가 아닌, 이미지가. 체 게바라라는 ‘밈’의 탄생, 낭만적 혁명의 포토제닉 반골 미학의 승리. 심지어 이것은 양키 자본주의의 상징 코카콜라의 로고로까지 사용되는 극단의 아이러니가 된다. 죽은 체 게바라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
그는 폭력과 급진성에서 완벽한 공산주의자였다. 쿠바 혁명은 불씨일 뿐, 라틴아메리카 전체를 넘어 전 세계를 공산화하려 했다. 그는 제3차 세계대전을 도모했다. 러시아의 세계혁명주의자 트로츠키도 이 정도로 지독하진 못했다. 이 점이 그로 하여금 카스트로의 곁을 떠나 아프리카로, 볼리비아로 가게 했다. 김일성이랑도 친했고, 마오쩌둥이랑 죽이 맞았다. 게바라는 무자비한 살인자였다. 적과 동료는 물론 쿠바 혁명 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직접 총살했다.
체 게바라 존경하는 사람들은 혁명이란 거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번 추석 국회의원들에게 떡값 424만7940원이 입금됐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주택 수당이 430만원인 게 들통나서, 민중 혁명이 일어났다. 한국인들, 체 게바라 존경하니 따라야 하는 거 아닌가? 특히 386세대 말이다. 실상 386에게 어울리는 체 게바라는, 체 게바라가 아니라 ‘맹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