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가는 길답지 않게 바닥이 너저분했다. 살펴보니 무언가 뭉개져 여기저기 널려 있었는데. 아리송한 형체를 동종인 듯한 놈들이 확인시켜 줬다. 몇 군데서 덜 말라붙은 것을 빨아 먹는 모습. 잊을 만하면 떼로 나타나 농가를 울렸다는 갈색여치였다. 명색이 날벌레가 포장길에서 깔리고, 밟히고, 빨리다니.

그나저나 저 몸뚱이는 ‘사체’일까 ‘시체’일까. 사체는 죽은 몸이되 사람이나 동물을 아우르고, 시체는 사람만을 가리킨다. 하면 마땅히 사체라 해야겠다. 시체와 뜻이 같은 ‘송장’이나 ‘주검’도 사람한테만 쓴다. 말맛이 좀 점잖은 ‘시신’은 더할 나위 없고. 사람과 짐승은 이렇듯 구별해야 마땅하건만, 얼마 전 신문에 난 동물 얘기가 여러 가지 따져보게 해준다.

‘~ 유라시아 수달 수돌·달순 부부가 지난 6월 쌍둥이 남매를 출산했다.’ 사람한테 쓰는 말 ‘부부’를 수달한테 붙였다. ‘쌍둥이’와 ‘남매’ 역시 사람을 가리키건만. 암수 수달은 ‘짝’이나 ‘쌍’이라 표현하면 될 텐데 ‘쌍둥이’ ‘남매’는 어울리는 말이 없어 사람한테 빗대는 의인화(擬人化)를 할 만도 하다. ‘달순은 지난 6월 24일 딸을 출산했다. ~ 이튿날 새벽 아들을 낳았다’는 너무 많이 나갔다. 딸 대신 ‘암놈/암컷’ 아들은 ‘수놈/수컷’이라 일컬으면 되니까.

‘아빠인 수돌은 격리돼 홀로 지내고 있다’도 마찬가지. 새끼 거느린 암컷은 ‘어미’라는 말이 있지만, 수컷은 마땅치 않아 아빠라 했으렷다. 하지만 ‘어미’를 사람한테도 쓰니까, 그에 대응하는 말 ‘아비’라 하면 어땠을까. 사전에서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를 ‘아비가 범인데 새끼는 개일 수 없다는 뜻’이라 풀이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

기르는 개를 두고 ‘우리 아이는 물지 않아요’ 한다는데. 어린 것은 ‘자녀’로, 다 자란 놈은 ‘어른’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굳이 ‘새끼’니 ‘성체(成體)’니 해야 하느냐며. 설마 그 ‘어른’이 죽으면 ‘그분이 운명(殞命)하셨다’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