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실망스러웠다. 사람을 지치게 했다. 오버 투어리즘 때문이다. 143년째 건설 중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지도 못했다. 사진 보고 기대에 차 소개팅에 갔더니 단체로 하는 스피드 데이트였다. 뭐 그런 기분이었다.
얼마 전 친구가 바르셀로나에 갔다. 질투가 밀려왔다. 첫 문단을 정정하겠다. 바르셀로나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반드시 다시 가야 할 도시가 됐다. 음식 덕분이다. 성당과 중국인 관광객에게 지친 상태로 간 ‘타파스24’라는 식당에서 나는 바르셀로나와 사랑에 빠졌다. 고궁과 중국인 관광객에게 지친 상태로 간 고깃집에서 서울과 사랑에 빠진 색목인처럼 말이다. 사람은 나이 들면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비키니 샌드위치’라는 게 유명한 식당이다. 그래 봐야 샌드위치다. 서양 김밥 같은 것이다. 맛있어 봐야 ‘연희김밥’과 ‘방배김밥’ 차이다. 아니었다. 비키니 샌드위치는 햄과 치즈를 넣고 구운 바르셀로나 전통 샌드위치다. 타파스24는 이베리코 하몽, 모차렐라 치즈와 트러플을 넣어 서민적 샌드위치를 고급화했다. 한입 무는 순간 치즈, 하몽 기름, 트러플 맛이 혀를 프랑코처럼 독재한다. 8유로짜리 샌드위치를 위해 800유로짜리 항공권을 끊을 가치가 있다. 간단한 음식 하나가 한 도시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세계적 현상이 된 ‘K팝 데몬 헌터스’를 보다가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주인공들은 야식으로 김밥을 먹는다. 이걸 계기로 김밥은 더 유명해질 것이다. 타파스24 같은 김밥집을 차리자. 감태로 싼 간장게장 김밥, 홍성 한우 김밥, 홍어와 해남 묵은지 김밥 등으로 고급화하자. 밥은 이천 임금님표 쌀로 만들자. 단순한 구성과 최상급 재료의 만남이 비키니 샌드위치 성공 비결이다.
핵심이 하나 더 있다. 이름이다. 비키니 샌드위치처럼 섹시한 이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K팝 김밥 헌터스’를 저작권 등록해야겠다. 다행히 영화 제목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들 연락을 기다린다. 평생 이런 글만 써 가지고는 팔자 고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