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혹은 황금기를 ‘골든 에이지’라고 부른다. K팝이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블랙 핑크 멤버들이 연일 해외 음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젠 K팝 소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오징어 게임’ 못지않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 중이다.

영화의 높은 인기는 빌보드 차트 성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3위에 올랐다. 싱글 단위로도 ‘Golden’이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23위를 기록 중이다. 요즘은 빌보드보다 스포티파이 일간 톱 50이 주요 지표로 간주되는데, 그곳에서도 미국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주제가 ‘Golden’에 나타난 간절한 바람처럼 퀸의 자리에 등극했다. K팝 역사를 다룰 때 ‘K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한 2025년은 빠지지 않고 다뤄질 것이다.

성공 비결은 충실한 재현에 있다. 패러디라 해야 할지 희화화라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장면들도 있지만, 어쨌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깨알 같은 재현이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보이 그룹인 사자 보이스의 ‘Soda Pop’이 나올 때 웃음이 터질 만큼 “똑같다”고 감탄했다. 사랑스러운 소년미를 다소 기름지게 표현하는 K팝 특유의 방식을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하게 재현했다. 한국 음악가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했겠지만 그들도 재미를 줄 정도로 K팝의 전형을 추출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음악 평론가로서 오히려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K팝 특유의 한국성은 음악적으로 어디서 오는 건가요?’ 늘 대답하기 힘들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그들은 갖고 있는 듯 보였다.

뮤지컬 작품 기준으로 봐도 ‘K팝 데몬 헌터스’는 기발하다. 내면의 복잡한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서사는 전통적인 뮤지컬 작품들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그 음악이 K팝이다. 한때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등장했을 때만큼 신선하다. 전통적인 디즈니풍 발라드나 재즈적인 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워낙 파격적 시도라 최초 논의 단계에서 ‘이게 되겠어?’ 반론이 한 번쯤 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과감함에 탄탄한 완성도를 안배한 덕분에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탄생시켰다. 극적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뮤직뱅크나 엠카운트다운에서 들을 법한 개성 강한 아이돌 음악이 나온다니 이런 재미를 어디서 느껴보겠나. 예상 못 했다.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다.

K팝의 연타석 홈런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당장 11일에 블랙 핑크가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있다. 신곡 ‘뛰어’를 발표한다. 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내년 봄 컴백을 예고했다. 월드 투어도 계획 중이다. 큰 게 몰려온다. 올해도 K팝은 기세등등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