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예고한 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인에게 미국 시민권을 500만달러(약 70억원)에 팔겠다고 나섰다. 이름은 ‘트럼프 카드’.
지난주 공식 웹사이트 ‘trumpcard.gov’를 열고 사전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트럼프 본인에 따르면 오픈 하루 만에 1만5000여 명이 등록했다. 그중 상당수는 그저 호기심에 이름을 써봤겠지만 그래도 많다. 독자 중에도 있을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해 트럼프가 트럼프 카드 구매자에게 시민권 취득을 100퍼센트 보장한 적은 없다. 그건 미국 헌법 위반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일반 영주권처럼 미국 내 무기한 거주와 경제활동 권리를 주고, 이후 신속한 시민권 취득을 돕겠다는 것이 그의 세일 공약이다. 그 시민권 취득 절차가 종전 투자 이민 제도에 비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빠르고 간편해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사이트 맨 위에 “미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입니다”라는 문구가 올라온 걸 보면 완전 허풍은 아닌 듯하다.
한 나라의 국민임을 증명하는 시민권을 이렇게 돈 받고 팔아도 되나? 그런 나라는 이미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튀르키예. 외국인이 40만달러 이상 부동산을 사서 3년 이상 보유하거나 50만달러 이상을 튀르키예 은행에 예치하면 1년 안에 시민권과 여권을 발급해 준다. 그 밖에 카리브해 여러 섬나라도 국적을 판매한다.
500만달러라는 가격이 정당화되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미국 시민권은 부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미국은 경제적 기회도 크고, 세계 최강국이자 민주주의 종주국의 시민이 된다는 자부심도 줄 수 있다. 자녀 교육 환경도 매력 포인트다. 또 법치국가라서 아무나 함부로 잡아가지 않으며 해외에서도 자국민 보호에 전력을 다하니 이중국적으로도 인기다.
2023년 갤럽 조사의 추정으로는 전 세계에서 약 1억7000만명이 미국 이민을 원한다. 인종차별이 있다 해도 다른 나라보다 덜한 편이다.시민권의 가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에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시민권은 가치가 얼마나 있을까. 또 우리는 우리나라 시민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바로 위에서 언급한 요건을 갖추면 되지 않을까. 남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우리가 살기에도 좋은 나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