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주일은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자고 일어나면 외운 게 날아갈 것 같았거든요.”

-연극 <헤다 가블러>에 출연한 배우 홍선우의 언론 인터뷰 중에서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 개막이 늦춰졌다. 브라크 역을 맡은 배우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나는 괜히 불안해졌다. 그럼 그 역은 누가 한단 말인가? 하더라도 어떻게 해낸단 말인가? 브라크는 단역이 아니다. 대사량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많은 대사를, 긴급 투입된 홍선우는 이틀 만에 외웠다고 했다. 그러고서야 밥이 넘어갔다고 했다.

그런 그의 연기를 보는 일은 단순히 연기가 아닌 한 인간의 인생을 목격하는 일이었다. 커튼콜 때 허리를 90도로 숙여 유난히 길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저 인사는 자신에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가까스로 살아낸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고픈 숭고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