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록그룹 YB가 헤비 록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국민 희망가 ‘나는 나비’가 수록된 ‘Why Be?’ 앨범에서도 ‘빨간 숲속’의 경우 라디오에서는 선곡되지 않을 법한 강력한 기타 사운드를 담고 있다. 가사도 “꿈꾸던 희망은 어느새 자살을 하고”처럼 염세의 정도가 대중적 선을 훌쩍 넘는다. 전체적으로는 대중적 안배에 초점을 두고 활동했지만 부분적으로는 록 밴드로서 소신껏 하고 싶은 음악을 풀어 왔던 셈이다.
신곡 ‘Rebellion’은 그러나 부분적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흔히 ‘타이틀 곡’이라고 불리는 첫 싱글로 발표했다. 사운드도 몇 배는 독해졌다. 같은 록이라도 워낙 마니악해서 골수 팬들 아니면 잘 듣지 않는 계열을 들고 나왔다. ‘함께 들어요’ 코너에 추천하곤 있지만 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시작부터 볼륨을 너무 키우지는 마시길 권한다. 살인벌 같은 기타 톤에 무서워 놀라는 분도 계실 것이다. ‘이런 음악은 왜 들어?’ 묻는 분들도 있을 법하다. YB라는 이름을 지우고 발매했다면 같은 그룹이라 상상하고 듣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왜 인기 없기로 정평난 소수, 비주류 장르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을까. 직접 밝힌 바에 의하면 투병이 계기였다고 한다. YB 리더 윤도현은 약 3년 동안 암과 싸웠고 재작년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병과 싸우는 와중에 신곡의 장르인 메탈 음악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의사가 술은 안 된다고 했지만 메탈이 안 된다고 하진 않았다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소속사 김정일 대표에 의하면 윤도현은 데뷔 전에 메탈 밴드에 있었고 마음 한 켠에 늘 메탈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또 다른 정체성을 드디어 세상에 꺼내 보인 순간”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그동안 대중성을 고려해 오래 묵혀 두었던 취향 하나를 드디어 꺼내 보였다는 뜻 아닐까. 늘 하고 싶었지만 끝내 주저했던 음악을 투병을 계기로 실행해 볼 용기를 얻었다는 얘기 같다.
‘Rebellion’ 가사를 보면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자유를 쟁취하려는 내용이 주가 된다. “영광의 순간은 모두 잊어. 너를 찾아 떠날 그날이야”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등장한다. 모든 달콤한 것들을 뒤로 하고서 해 보고 싶은 것을 택하겠다는 결연한 외침처럼 들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멋진 선례를 남겼다. 중견의 자리에 오른 음악가가 후배들도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 비주류 장르를 과감히 시도한 예는 많지 않다.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 끝에 대중성의 압박을 벗어 던지고 자신에 집중하게 된 인간적인 드라마도 감동적이다. 여러 측면에서 지금 들어야 신곡으로 손색 없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