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테너 김재형(왼쪽)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 마지막 8일 공연 당시 테너 아리아의 앙코르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세종문화회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50년이나 100년 단위로 작곡가의 탄생과 서거를 기리는 공연이나 음반·영상들이 쏟아진다. 흔히 ‘기념일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1685~1750) 서거 250주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이 겹쳤던 지난 2000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흐의 종교곡들이 1년 내내 지구촌에서 울려퍼졌다.

올해도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서 그의 오페라들이 연중 공연됐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 부인’ ‘투란도트’ 같은 인기작뿐 아니라 ‘서부의 아가씨’처럼 그동안 국내에서 관람 기회가 적었던 작품들도 잇따라 무대에 올렸다. 오페라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도 푸치니는 베르디를 계승하는 후계자로 꼽힌다. 동시에 20세기 현대음악 이전의 마지막 낭만주의 오페라 거장이라는 점도 그의 매력이다.

하지만 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라고, 올해 푸치니의 오페라 공연 때마다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9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는 여주인공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공연 도중 지휘자를 향해서 고함치는 소동을 빚었다. 상대 역을 맡았던 한국 테너의 앙코르 여부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당시 극장 측은 게오르규의 사과를 받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여전히 사후 뒷수습은 감감무소식이다.

광복절 새벽에는 공영 방송 KBS에서 개항기 일본 배경의 ‘나비 부인’을 방영하는 바람에 정치적 논란을 빚었다. 물론 광복절 당일에 일본 배경의 작품을 방영하는 무신경한 편성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비 부인’이 미군 장교에게 버림받은 일본 소녀 게이샤(기녀)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역설적이기도 했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각을 일컫는 오리엔탈리즘이 깔려 있는 오페라를 친일적 작품으로 받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는 ‘닮은꼴’ 뮤지컬인 ‘미스 사이공’에서 설령 베트콩 깃발이 나부끼거나 월맹군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용공(容共)이나 좌경 작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사태는 KBS의 거듭된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서부의 아가씨’는 2021년에 이어서 3년 만인 지난 5~8일 예술의전당에서 재공연됐다. 당시엔 코로나가 변수였는데, 이번엔 공교롭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의 상황과 겹쳤다. 푸치니의 음악은 그대로인데 어수선하고 하수상한 시대상에 따라서 저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셈이다. 푸치니는 죄가 없다. 다만 오리엔탈리즘과 친일 논란, 코로나와 탄핵 정국까지 달라지는 건 우리들의 상황일 뿐. 역설적으로 올해 푸치니 서거 100주기는 변치 않는 고전과 급변하는 현실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볼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