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레온 제롬 페리스, 독립선언문집필, 1900년, 캔버스에 유채, 리치몬드 버지니아 역사협회 소장.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미국 최대 경축일로, 축제의 절정은 불꽃놀이다. 독립이라는 게 하룻밤에 이뤄져서 어제까지 영국 식민지였다가 오늘 미합중국이 됐을 리는 없다. 1776년 7월 4일은 독립선언문이 의회 승인을 받은 날. 말하자면 전쟁에서 얻은 승리나 조약 체결이 아니라 독립과 개국의 대의명분과 정당성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 화가 장 레옹 제롬 페리스(Jean Leon Gerome Ferris·1863~1930)는 방대한 미국 역사화를 78점 남겼는데 그중 ‘독립선언문 집필’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화가였던 페리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자 그가 동경하던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줬다. 아들 페리스가 화가로 성장해 프랑스에서 실제로 제롬을 만났을 때 얻은 가르침은 ‘가장 친숙한 걸 그릴 것.’ 그 뒤로 그는 미국 역사화에 매진했다.

그림 속 장소는 당시 대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라델피아에 머물던 토머스 제퍼슨의 숙소다. 미국 최고 지식인이자 문장가였던 제퍼슨은 다소 흥분한 듯 의자를 멀찍이 밀어두고 찢어버린 종잇장들 사이에 펜을 쥔 채 일어서 있다. 선언문의 주 저자는 제퍼슨이었고, 차분히 앉아 원고를 검토하는 벤저민 프랭클린과 둘 사이에 앉은 존 애덤스는 과하게 화려한 제퍼슨의 문장과 영국의 노예무역에 대한 비난을 삭제하는 게 일이었다. 미국 경제 또한 노예제를 발판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선언문을 통해 자유와 평등, 인권이라는 미국의 건국 이념을 확고히 세운 제퍼슨은 1826년 7월 4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제삿날에 온 국민이 불꽃놀이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