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BTS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BTS 페스타(FESTA)를 개최했다. 아미(ARMY·BTS 팬클럽)가 무려 40만명 공연장을 찾아 서울을 뜨겁게 달궜다. 놀라운 팬덤의 열기다. BTS가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동안 기성세대는 이러한 이상 현상(?)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문화 약소국인 우리나라의 보이밴드가 세계적 인기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BTS는 디지털 문명의 팬덤 경제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고 우리나라는 어느새 디지털 신대륙의 대표적 문화 강국이 되었다.

그래픽=양진경

2013년 데뷔한 BTS는 존재감이 빈약했던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다. 당시만 해도 신인 가수가 성공하려면 지상파 방송 출연이 필수였고 그래서 YG, SM, JYP 등 3대 기획사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가수가 성공하려면 자본과 방송이라는 절대 권력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BTS에게는 방송 출연 기회가 많지 않았고 할 수 없이 방탄TV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셜미디어를 타고 거대한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곱 멤버가 열심히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진솔한 모습이 팬들의 손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가 권력자가 되는 디지털 신대륙의 새로운 법칙이 만든 놀라운 변화였다. 물론 아티스트로서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튜브가 없었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선한 영향력’의 진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신대륙에 소비자가 권력자가 되는 신문명이 정착하면서 일어난 기적 같은 스토리가 지금의 BTS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그사이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2013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은 석유 기업 엑손모빌과 애플이 다투고 있었다. 시가총액은 500조~600조원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뒤를 이어 3위 구글, 4위 버크셔 해서웨이, 5위 MS(마이크로소프트), 6위 존슨앤드존슨, 7위 월마트, 8위 GE, 9위 셰브론, 10위 페트로차이나가 차지했다. 애플, 구글, MS가 약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전통 기업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아직 아마존이 월마트를 넘어서지 못했고 GE나 석유 기업들의 위상도 탄탄했다. 당시에는 10년 내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BTS가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하리라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처럼.

최근 세계 10대 기업을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 1위 애플의 시가총액은 무려 7배를 성장해 3600조원을 넘었다. 2위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챗GPT의 영향으로 30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석유 기업은 시가총액 3위인 사우디의 아람코가 유일하다. 알파벳(구글)과 아마존이 그 뒤를 잇고 최근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1000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메타(페이스북)가 순위 다툼 중이고 TSMC가 10위권에서 경쟁 중이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우리나라의 1등은 삼성전자로 475조원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면 기준이 바뀐 건 분명하다. 우리는 이 달라진 문명의 기준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우리가 제대로 미래를 준비하려면 달라진 기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난 10년 기적을 만든 기업 테슬라를 살펴보자.

테슬라의 창업은 공교롭게도 2003년, BTS 데뷔 10년 전이다. 말만 무성하던 전기차 전문 기업 테슬라는 2017년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하며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으나 2019년 처음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되더니 어느새 10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차를 많이 팔아낸 것도 아니다. 2022년 불과 150만대를 팔았으니 현대·기아차와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시총 합계는 채 100조원이 되지 않는다. 어림잡아 10배 이상의 차이다. 자본이 테슬라를 선택한 것은 앞으로 성장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10년간 도대체 미래 성장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달라진걸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우리 사회 기준으로는 정상적이라 보기 어렵다. 일반 언론은 상대하지 않고 온종일 트위터에만 매달려 있다. 그에겐 그곳이 언론이고 소통 채널이자 인맥을 넓히는 신세계다. 비즈니스 방식도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단 TV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광고는 테슬라를 구매한 고객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 퍼뜨리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가팩토리, 기가프레스 등 기술도 이슈화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뜨린다. 그렇게 일론 머스크는 디지털 문명 시대 비즈니스의 아이콘이 되었다. 마치 BTS가 디지털 문명 시대 아티스트의 아이콘이 된 것처럼.

테슬라를 성장시킨 것도 열광적 MZ세대다. 그러고 보면 일론 머스크는 오직 디지털 세상에 사는 MZ만을 상대로 광고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한다. 모든 것이 다 MZ세대 중심이다. BTS가 성장한 배경, 방식과 너무나 유사하다. 지난 10년 BTS는 대중음악이 달라졌다는 것을 입증했고, 테슬라는 제조업의 성공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문제는 우리의 세계관이다. 새로운 문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조할 인재를 키워내려면 사회가 갖고 있는 표준 세계관과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BTS가 그랬듯 우리의 세계관을 바꿔 디지털 신대륙의 문명 창조에 도전을 시작할 때다. 이미 콘텐츠 분야의 많은 기업은 디지털 세상에서 거대한 팬덤을 만들며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세계관이 전 사회로 확산되어야 한다. BTS 데뷔 20주년에는 산업 분야에서도 BTS 같은 수퍼 사피엔스가 대거 등장해 위풍당당 대한민국을 더욱 빛내주길 꿈꿔본다. 자랑스러운 우리 청년 BTS, 기적의 10주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