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 한 공무원이 공직 사회의 ‘모시는 날’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지자체에서 과장, 국장 등 4, 5급 상급자를 하위 부서에서 돌아가며 ‘모신’ 후, 200만원 남짓 버는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 그 식사 비용을 지불하는 관행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작성한 공무원은 모시는 날에 가는 식당조차 상급자가 자신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곳으로 정하기 일쑤라면서, 돈도 훨씬 더 많이 받는 상급자의 식사비를 하급 공무원이 부담하는 이 불합리한 관습이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까 되물었다.
공직 사회의 악습이 비단 이것뿐이랴. 또 다른 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승진을 하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고 했다. 신입 공무원이 돼 꿈을 품고 있을 때, 출근해서 코를 골며 잠만 자다 퇴근하는 5급 계장이 자기보다 2~3배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을 보면 회의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공무원을 그만두는 이유는 단순히 낮은 보수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런 공직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젊고 유능하고 공공성과 사명감을 가진 공무원이,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 장치 없이, 낭비와 나태, 그리고 단순 복종을 조장하는 비효율적이자 비합리적인 업무 구조에 놓여 거기에 동화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건국 이후 근본적 작동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관료제적 국정 운영 방식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수부터 살펴보자. 한국 공직 사회는 직급과 호봉에 따라 보수가 지급된다. 다시 말해 능력을 인정받아 예산 혹은 정책 부서에 들어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과,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소문이 나 단순 반복 작업만을 부여받아 이를 수행하는 사람이 거의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 맡은 일의 힘든 정도나 책임의 정도에 따라 보수를 부여하는 직무급적 수당이나, 연초에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이 전체 보수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극히 미미하다.
그렇다고 승진에서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공직 사회는 근무 연수와 입직 기수에 따라 승진이 이루어지는 게 보편화되어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 많은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평범하게 혹은 나태하게 근무한 사람과 승진 시기에 거의 차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시험에 한번 합격하면 평생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승진과 보수 구조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일이 없는 자리를 찾아다니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되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거기에 상명하복 문화가 결합하게 되면 ‘나는 승진해서 5급(혹은 6급) 계장이 되었으니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잘못 설계된 보수와 승진 구조 속에서, 당연히 고참 공무원이 맡아야 할 어렵고 중요한 일이 신입 공무원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본적인 직무 분석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신입 공무원들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것은 대부분 이런 연유에서다. 그리고 그렇게 신입 공무원에게 중요한 업무가 과도하게 주어지면 공공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공무원들이 낮은 보수에 대해 하소연하는데도 국민들이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런 비합리적 행태가 국민들의 눈에 직접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공직 구조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