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 기간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남쪽에서는 매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무렵 서천이나 군산 사람들이 찾는 귀한 음식이 있다.

박대묵. /김준 제공

언뜻 볼 때는 도토리묵이나 우무를 생각할 수 있겠다. 겨울이 제철인 박대묵이다. 주민들은 묵의 탄력이 좋아 ‘벌벌이묵’이라 부른다. 박대는 갯벌이나 모래가 발달한 금강이나 한강 하구에 서식한다. 바다의 저층에 서식하는 박대를 잡기 위해서 안강망이나 끌그물을 이용한다.

비늘을 제거한 박대. /김준 제공

박대는 구이나 조림이나 탕이나 어느 쪽으로도 어울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껍질을 벗겨 어묵을 만든다. 이렇게 알뜰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물고기가 있던가. 서천이나 홍원 수산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마른 박대나 껍질을 만날 수 있다.

마른 박대 껍질. /김준 제공

오일시장이나 수산시장에서 겨울에 박대묵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벌벌이묵을 상온에서 보관하면 녹아서 물로 바뀐다. 냉장고 안에도 오래 넣어둘 수 없다. 겨울에 필요할 때 만들어 바로 먹어야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모일 때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다. 박대 외에도 콜라겐이 많이 포함된 꼼장어나 홍어 껍질로도 어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물 박대 껍질. /김준 제공

박대 껍질은 두껍고 비늘이 많다. 비늘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서 말리면 그 모양이 영락없는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 같다. 박대를 잡은 배가 들어오면 손질을 해주고 껍질을 얻어와 묵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박대묵. /김준 제공

묵을 만들려면 말린 박대 껍질을 여러 번 씻은 후 솥에 넣고 푹 삶는다. 이때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양파나 생강을 넣는다. 그리고 계속 주걱으로 저어 눌어붙지 않도록 한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껍질은 녹아서 물이 된다. 이 물을 걸러서 틀에 넣고 기다리면 박대묵이 만들어진다. 우무는 남해나 제주에서 여름에 시원하게 콩물과 함께 먹지만 금강이나 한강 하구에서는 겨울에 벌벌이묵에 양념을 올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