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대륙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속도의 변화는 참 따라가기가 버겁다. 메타버스 세상이 온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불과 1년 만에 대표 기업 메타는 15조원을 퍼붓고도 성과가 없어 주가가 폭락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NFT와 암호 화폐가 대세를 이룰 거라며 준비하라고 목청을 높이더니 테라, 루나가 폭망하고 세계 2위의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시장을 강타한다. 정말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오기는 오는 것일까? 이 생경한 세상 공부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지난 칼럼에 달린 댓글 ‘점점 달라져가는 세상이 두렵기만 합니다’라는 글귀가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에 일어나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 90%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에 움츠릴 것인가, 혁신에 도전할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보자.

20년 전 세계적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것은 IT 버블 붕괴였다. 천정부지로 뛰던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까지 이어졌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망할 줄 알았다’라며 비웃었다. 그런데 거기서 좀비처럼 살아남았던 자들이 20년 만에 디지털 문명을 이끄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을 IT의 발전으로 본다지만 사실 더 무서운 디지털 대전환의 원인이 있다. 바로 인구 교체다. 지난 20년간 디지털에 관심 없던 많은 인구가 사라졌고 그사이 태어난 모든 인류는 디지털 원주민들이다. 사피엔스의 역사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건 바로 이 자연스러운 세대의 교체다. 다시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경제 위기가 오면 버블은 꺼진다.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고 반응하며 혁신을 외면한다. 그리고 2030년에는 엄청난 실패를 거름 삼아 다시 꽃핀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표준 문명으로 성장한다. 지금의 세대교체 속도를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2023년은 숨을 때가 아니라 디지털 혁신에 도전해야 할 때가 맞는다. 문제는 어떻게 시작 하느냐이다.

강력한 정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실패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 회복탄력성에 대한 책을 쓰신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서 담대하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지려면 마음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뇌과학 연구 결과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 때 뇌 중심에 있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공포, 분노 등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로 인해 몸에 대한 이성적 통제력을 발휘하는 뇌의 앞부분(전전두피질)이 제 기능을 못해 잘못된 결정이나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고 한다. 연습 때는 빼어난 구위를 보이는 투수가 9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등판하면 어이없는 폭투를 던지는 실수가 나오는 이유다. 인간은 뇌를 가진 생물학적 존재인 만큼 김주환 교수 주장처럼 마음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마음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데 타인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나를 긍정적으로 인지해서 뇌가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평온하게 소통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운동 중 하나가 잠들기 전 긍정 마인드를 새기는 명상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문제는 디지털 세상이 긍정 마인드보다는 극한 감정에 휘둘리기 훨씬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이 양극화다. 정치도 그렇고 세대 간 갈등, 남녀 간 갈등도 정말 심각하게 편이 갈라져 있다. 합리적 이성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아침에 눈을 떠 휴대폰을 열면 분노와 갈등의 뉴스가 가득하다. 거기 댓글을 달고 악플에 상처받다 보면 편도체는 종일 나의 뇌를 분노로 채워버린다. 잠자리에 들 때도 명상은커녕 분노에 침전되어 잠들기 마련이다. 결국 지속적으로 이성의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은 더 강력한 편 가르기에 빠지고, 심지어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강력한 부작용이다. 김 교수의 이론에 맞춰 해법을 찾자면 디지털 세상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의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마음 근력에 비유하자면 디지털 근력을 키워 디지털 소통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우선 감정 소모형 인터넷 사용을 자제한다. 그리고 유튜브에 찾아가 내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공부를 시작한다. 아주 초짜라면 스마트폰 사용법, 키오스크 사용법, 모바일 뱅킹 등 궁금했던 것들을 찾아 익힌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에서 언급하듯 인간은 공부하면 희열을 느낀다. 조금 더 나아가 MZ세대가 즐기는 로블록스 게임도 도전해보고 제페토 캐릭터도 만들어본다. 오픈시(opensea.io)라는 NFT 플랫폼에 찾아가 도대체 어떤 디지털 아이템들이 거래되는지 구경도 하고 값싼 걸로 구매도 해본다. 검색하다 보면 신인류가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이것이 디지털 긍정의 경험이다. 그렇게 조금씩 디지털 근력 향상 운동을 하다 보면 디지털 세상에서의 소통 능력이 커지게 된다. 타인이었던 디지털 인류를 이해하고 나의 디지털 자존감도 키울 수 있다.

오늘 이 칼럼에도 반전이 숨어 있다.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최신 영상 덕분에 ‘디지털 근력 운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풀어낼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축적한 디지털 문명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경험이 또 다른 지식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또 늘 즐겁다. 그것이 신비로운 뇌의 세계다. 정치권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디지털 원주민 MZ세대와의 소통을 하겠다고 난리다. 디지털 세대와 소통하려면 디지털 근력이 충분해야 한다. MZ세대를 이해하고 나를 그들에게 이해시키고 싶다면, 그래서 2030년에 당당한 나를 만나고 싶다면 오늘부터 시작하자. 디지털 문명, 엄청난 긍정 에너지에 대한 경험을. 매일 30분, 3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