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박해 때 순교한 베르뇌 신부가 1860년에 리부아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 등장하는 커피가 첫 기록이라면,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지 160년이 넘은 셈이다. 처음 음역하여 ‘가배(咖啡/珈琲)’라고 하거나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의 ‘양탕국’으로도 불렀던 커피는 2022년 현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다. 성인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마시는 커피가 2007년 248잔에서 2022년 367잔으로 세계 2위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평균인 161잔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사람의 커피 애호는 유별나다.

그러다 보니, 대중가요에도 커피가 종종 등장한다. 대표적인 노래가 1968년에 펄시스터즈가 발표한 ‘커피 한 잔’이다. 펄시스터즈에게 명성을 안겨 준 이 노래는 신중현이 작사·작곡해 1964년에 ‘내 속을 태우는구려’라는 제목으로 이미 발표되었다. 제목을 바꾸고 펄시스터즈의 독특함이 더해져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경우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로 시작하는 ‘싸구려 커피’는 장기하의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인데, 불안한 미래 때문에 ‘88만원 세대’로 불린 당시 청춘들의 우울한 정서와 조응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아메 아메”의 무한 반복에 흥겹고 경쾌한 선율과 리듬이 어우러진, 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는 지질한 누군가의 삶을 그린 노랫말과는 상관없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이 땅에 커피가 들어오면서 커피를 파는 공간인 다방도 등장했다. 찻집이나 끽다점으로도 불린 다방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노래가 1939년에 발표된 이난영의 ‘다방의 푸른 꿈’이다. 창작 블루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이 노래는 이난영의 남편으로 작곡자와 가수로 명성을 날린 김해송이 작곡했다. “커피를 마시며 그리운 옛날을 부르는” 다방에서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시절 커피나 다방과 관련된 속어도 등장했는데, ‘붕어’와 ‘벽화’가 그것이다. 이 다방 저 다방 다니며 커피는 시키지 않고 엽차만 공짜로 마시는 사람을 ‘붕어’라고 조롱했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종일 꼼짝도 하지 않아 벽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을 일러 ‘벽화’라 했다. 무기력한 지식층들의 집합소로 불린 다방과 엽차밖에 마실 수 없었던 가난한 청춘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이 주는 암울한 분위기 때문이다.

거리는 “밟으면 영혼처럼 우는” 낙엽 천지다. 낙엽 타는 냄새에서 갓 볶아낸 커피 냄새를 떠올린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처럼 커피 한 잔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이 고단한 삶을 견딜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