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1905~1977)

일러스트=김성규

설명이 필요 없는 좋은 시. 서울에 살면서 별 보기가 힘들다. 밤하늘이 탁해 별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거니와, 세상 살기에 급급해 ‘별’을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별은 기를 쓰고 본다. 얼마 전, 미국의 항공우주국이 소행성 다이모르포스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류 최초로 천체의 움직임을 바꾸었다, 지구 방어 실험에 성공했다고 환호하는 과학자들을 보며 걱정이 앞섰다. 우주의 질서를 바꾸다니. 인류가 못하는 게 없구나. 인간 이성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가슴이 허전했다.

별 하나와 사랑에 빠져 새벽의 밝음 속에 사라지는 별을 안타까이 쳐다보며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순정을 우리 뒤 세대는 기억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