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걸그룹의 행보가 활발하다. 뉴진스, 블랙핑크, 아이브, 있지, 트와이스 등이 신보를 내고 활동을 시작하더니 음원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중 ‘소녀시대’도 눈에 띈다. 2007년 데뷔해 15주년을 맞이한 소녀시대가 5년 만에 정규 7집 ‘포에버 원(Forever1)’으로 돌아왔다. 제시카가 탈퇴한 후 8인 체제로 바뀐 소녀시대의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이제는 각자 소속이 다른 그들이 의기투합해서 신보를 낸 것은 놀람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녀시대’ 데뷔 당시 10대였던 소녀들은 어느덧 30대 여성이 되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간 소녀시대 멤버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각자 가수로, 배우로, DJ로 활동하며 성숙과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 데뷔곡이었던 ‘다시 만난 세계’는 이번 음반의 제목이자 타이틀곡인 팝 댄스곡 ‘포에버 원(FOREVER 1)’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두 곡의 작곡가가 소녀시대의 여러 곡을 작곡한 켄지(KENZIE)여서 음악적으로도 연결되고, 공감과 연대를 표현한 노랫말도 중첩된다.

걸그룹의 계보를 찾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소녀가극단 ‘낭랑좌(娘娘座)’를 만날 수 있다. 조선중앙일보 1936년 3월 11일자에 “유행 가수로서 예명(藝名)을 날리던 나선교를 비롯하여 박옥초, 김소파, 마현숙, 조영숙, 권서추, 권보추 등은 금번 낭랑좌라는 악극단을 조직하고 4월 11일 경에 제1회 공연을 한다는 바, 이 극단의 특색은 단원을 여자에게만 한하는 것으로 조선에서는 첫 시험인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는 낭랑좌 이전인 1920년대에 이미 다국적 소녀가극단이라 할 수 있는 ‘대련소녀가극단’을 비롯해 ‘여자동광단’ ‘개성소녀가극단’ 등이 있었다. 이 시절의 소녀가극단은 춤·노래·연극을 모두 아울렀던 단체이긴 하나, 여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오늘날 걸그룹과 연결된다.

‘낭랑좌’가 중요한 것은 여성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녀가극단에서 노래와 춤을 배워온 나선교는 당시 인터뷰에서 ‘춘향전’과 ‘방아타령’같은 고전 예술을 악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 시절의 소녀가극단이나 오늘날의 걸그룹을 ‘인형 되기’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주체성이다. 작사와 작곡 등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새 이야기를 써 나가는 ‘소녀시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소녀여, 소녀시대여, 영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