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린(Clean∙2021)’의 한 장면

“구원을 우리 손에 이미 쥐고 있어서 큰 수고 없이 취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인간이 구원을 등한시하지 않겠는가(How would it be possible if salvation were ready to our hand, and could without great labor be found, that it should be by almost all men neglected)?”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말이다. 영화 ‘클린(Clean∙2021∙사진)’은 이렇게 구원을 손에 쥐기 위해 애쓰는 자의 이야기다.

클린(에이드리언 브로디분)은 범죄 조직의 킬러 생활을 청산하고 슬럼가에 들어와 고물을 수리해 팔며 살아간다. 범죄와 오물이 넘쳐나는 이 동네에서 버려진 폐가들을 하나하나 깨끗하게 페인트칠하는 것만이 클린의 유일한 취미다. 클린이 이곳에서 좋아하는 것은 폐가 페인트칠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다이애나라는 여자아이를 챙기는 일이다.

범죄 조직 생활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클린은 다이애나의 얼굴이 자꾸만 딸과 겹쳐 보인다. 클린은 스쿨버스가 슬럼가까지 들어오지 않자 다이애나를 학교까지 태워주기도 하고 도시락을 챙겨주기도 하며 사실상 다이애나의 아빠 역할을 한다. 급기야 학교에 타고 갈 자전거를 사다 주자 다이애나의 할머니는 오히려 역정을 낸다. 아빠 없이 자란 다이애나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말라는 거다. 클린은 이렇게 답한다. “절 구원하려고 하는 짓인걸요(Just trying to save myself).” 클린에겐 다이애나를 딸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것이 딸에 대한 속죄이자 구원을 향한 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클린에게 주어진 마지막 구원, 다이애나가 마약 범죄 조직의 타깃이 되어 쫓기게 된다. 클린은 드디어 목숨을 바쳐 자신의 구원을 손에 쥘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