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암스테르담에 ‘맥주자전거(Beer Bike)’가 등장했다. 8명에서 16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하는 대형 자전거로 네덜란드의 ‘헤트 피츠카페(Het Fietscafe)’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보통 파티나 모임을 위한 목적으로 대여를 하며, 차량과 ‘파일럿(pilot)’으로 불리는 운전자가 제공된다. 승객들은 노출된 좌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동시에 페달을 밟는다. 신호에 따른 정차나 방향 설정은 파일럿이 하지만 주행의 동력과 즐기는 시간은 오로지 손님 몫이다.

‘페달 펍’, ‘파티 자전거’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차량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로 번져나갔고, 미국에서도 2007년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 현재 60여 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시내 교통과 안전 등의 문제로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 차량 위주의 도시보다는 행인 위주의 도시들에서 더 보편적이다. 맥주자전거는 이동이 아니고 레저가 목적이어서 관광 상품으로, 또 스포츠 경기 관람 전후의 파티용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혼잡하지 않은 도심의 골목 골목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예쁜 지역에서는 좀 더 머물고 지루한 곳은 빨리 지나가면 된다.

맥주자전거의 몇 가지 인기 비결이 있다.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노출된 구조, 수공예로 제작된 오크통, 나무벤치와 바, 그리고 20세기 초의 전차 모양을 본뜬 빈티지 디자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친환경 차량이라는 점, 야외 공간을 즐기는 기분, 그리고 유산소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착각도 즐거움에 한몫을 한다. 차가운 생맥주를 저장한 오크통을 정면에 달고 페달을 밟는 순간만큼은 도시의 곳곳이 나의 것으로 느껴진다. 얼굴에 부딪히는 기분 좋은 바람도 함께 나의 것이 된다.

영국에서 유령 복장을 하고 시끄럽게 맥주자전거를 타던 젊은 청년들을 경찰이 멈춰 세웠다. 그리고 이들에게 말했다. “그거 재미있어 보인다. 나도 쉬는 날에 친구들과 타게 연락처 좀 알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