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타임(Good Time∙2017)의 한 장면

형제를 향한 깊은 사랑이 늘 바른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것은 종종 왜곡되기도 하고 서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영화 ‘굿 타임(Good Time∙2017∙사진)’은 동생을 향한 사랑이 어떻게 자멸적인 집착으로 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갓 출소한 코니 니카스(로버트 패틴슨 분)는 한걸음에 동생 닉 니카스(베니 새프디 분)를 찾아간다. 장애인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닉은 간단한 문맥조차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코니는 동생이 무시당하는 광경을 보자마자 동생을 데리고 퇴소해 버린다.

둘이 향한 곳은 작은 은행, 코니는 닉에게 복면을 씌우고 어렵지 않게 은행을 턴다. 은행 강도에 성공한 코니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듯 웃으며 닉에게 말한다. “너 정말 잘했어. 네가 옆에 없었으면 성공했을 거 같아?(You were incredible. Think I could have done it without you standing next to me being strong?)”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일이 꼬이면서 닉이 유치장에 갇히고 코니는 닉을 빼내려 고군분투한다. 이젠 닉의 보석금을 위해 어떤 마약상과 함께 숨겨둔 마약까지 찾아 나서는 코니. 이쯤 되면 코니의 원동력이 닉을 향한 사랑인지, 자기의 탐욕인지, 사랑을 가장한 자멸적 집착인지 알 수가 없다.

엔딩 OST ‘순수한 자들과 저주받은 자들(The Pure and the Damned)’에서 가수 이기 팝이 들려주는 가사가 코니의 행동을 설명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자들은 늘 사랑으로 행동하고 저주받은 자들도 늘 사랑으로 행동하지. 그것이 사랑이야.(The pure always act from love. The damned always act from love. That’s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