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판테온의 오큘러스/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다. 지구는 1년 주기로 공전, 1일 주기로 자전을 해서 계절이 변하고 밤낮이 교차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을 건물 안에서 복닥거리며 지내다 보면, 여기가 지구이고 지구는 태양계의 행성이라는 우주적 스케일의 현실은 체감하지 못한다.

기원후 126년, 로마제국에서 완공된 신전 판테온 안에 서면 지구와 태양의 관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만신전(萬神殿)’이라는 뜻의 판테온<사진>은 원통형 벽체 위에 반구형 돔지붕을 얹은 건물이다. 원통의 지름과 돔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43.2m로 똑같아서, 말하자면 지름 43.2m짜리 공이 건물 내부에 꼭 들어맞는 구조다. 철근이 없는 비강화 콘크리트로 쌓아 올린 돔 지붕은 21세기인 지금까지 200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결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얇고 가벼워지는 콘크리트의 배합과 돔 한가운데 뻥 뚫린 천창(天窓) ‘오큘러스’다. ‘눈’을 의미하는 오큘러스를 통해 거짓말처럼 바깥에 바람 불면 안에서도 바람 불고, 비가 오면 빗물이 고스란히 안으로 내리친다. 폭우가 쏟아져도 배수 시설을 완비한 덕에 바닥에 물이 차지 않으니 그저 놀라울 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판테온의 압권은 오큘러스를 통해 들어오는 동그란 햇빛이다. 햇빛은 마치 해시계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벽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 중요한 제의가 있는 춘분과 추분, 로마의 건국일인 4월 21일이 되면 신전 입구를 비춘다. 판테온 안에서는 글자 그대로 우주 만물의 신께서 사람들의 머리 위에 눈을 대고 온종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우리는 1월 1일 딱 하루, 태양을 반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구는 오늘도 태양 주위를 돌면서 부지런히 자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