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뵙는 대통령 입술은 붓고 터져 있었다.” 호주 방문 성과를 깎아내린다며 청와대 수석이 불퉁거린 뒤 이렇게 썼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나랏일에 오죽 고단할까만, 예전엔 못 들어본 방식으로 걱정하는지라 뜨악했는데. 이런저런 뒷말 낳은 특사·복권을 두고 또 한마디 날렸다. “혼자 외롭게 결정하신 듯.”

또 감성(感性) 팔기냐 싶어 울렁이는 속 달래고 한번 따져보자. ‘외롭다=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표준국어대사전) 정녕 그렇단 말인가. 앞선 말을 들어보자. “대표나 후보나 참모들과 상의할 그런 문제들이 아니고….” 아,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라 누구와 의논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말이군. ‘혼자’와 ‘외롭게’는 엄연히 다르건만. 나리 말씀은 눈치껏 알아듣는다 치자. 언론 매체마저 엉뚱한 말로 눈치를 강요하니 어쩐다.

‘번개탄에 소주를 왜?… 생명 살린 마트 주인 눈썰미.’ 사 가는 물건에서 자진(自盡)하려는 낌새를 채고 112에 신고해 험한 일을 막았다는 기사 제목이다. ‘눈썰미’는 ‘한두 번 보고 곧 그대로 해내는 재주’라는 뜻이다. 이걸 ‘눈치’ ‘낌새’ 자리에 쓰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눈썰미는 ‘그는 딱 한 번 본 갈비찜 요리를 좋은 눈썰미로 맛깔나게 해냈다’처럼 써야 옳다.

‘수상한 반복 송금… 은행원 눈썰미에 딱 걸린 보이스피싱’ 역시 ‘눈치’를 잘못 썼다. 여기선 ‘재치(눈치 빠른 재주)’나 ‘관찰력’이라 표현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겠다. ‘”경찰이 보여준 그 얼굴” 편의점주 눈썰미가 성추행범 잡았다’가 눈썰미를 ‘관찰력’으로 바꾸면 딱 알맞은 보기다. 때로는 ‘보는 눈/감식안’이라 해야 들어맞을 표현을 눈썰미로 잘못 쓰기도 한다. ‘미술계의 영원한 숙제… 진작(眞作)과 위작(僞作), 보통 눈썰미로는 못 가린다’처럼.

한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대편 눈치 보는 시늉, 또 한쪽은 자기편 목소리도 안 듣는 눈치. 그래도 골라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눈썰미가 아니라 냉철한 안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