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현물 거래량보다 옵션 거래량이 50% 많다고 한다. 옵션이 적은 돈으로 가격 상승 효과를 증폭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만큼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Call) 옵션의 거래량이 팔 수 있는 풋(Put) 옵션 거래량을 상회하는 폭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이후 최고다.
2008년과 닮은꼴?
또한 리먼 사태 이후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제정한 규제들이 트럼프 집권 이후 풀렸다. 은행들은 가계에서 단기로 돈을 싸게 빌려 기업에 비싸게 장기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얻는 장단기 금리 차가 주 수입원인데 기업들의 투자가 저조하여 장기 금리가 낮아지고, 그 결과 장단기 금리 차가 크게 줄었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풀어 투자 수익 기회를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은행들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잘못된 버릇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은 현재 0.25% 수준의 정책 금리를 2023년 말 1.75%까지 올릴 계획이다. 시중 채권 매입도 줄인다.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닮아 있다. 당시에도 2005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증시 유동성을 위축시키며 2008년 가격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
그러나 증시 유동성이 과연 줄어들까?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 투자, 노후 인프라 복원, 부의 불균형 해소, 헬스케어 등을 위해 6조달러 재정 지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세수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대규모 지출을 위해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만일 채권을 시중에 쏟아 부으면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시중 금리가 급등해 서민을 괴롭힐 것이다. 결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가운데 상당량을 중앙은행이 화폐를 신규로 발행하여 사줘야 하고, 그 돈을 정부는 시중에 뿌릴 것이다.
이런 방식의 시중 자금 확대는 이제 시작이다. 그 충격을 경감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코로나 쇼크로 인해 내렸던 금리를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유동성보다 미래 성장 희망
특히 주식 가격 거품 형성에서 시중 유동성보다 더 큰 요인은 그 돈을 받아주는 미래 희망이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이 일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주식은 투자될 수 있는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부동산 및 채권과 다르다. 나중에 거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영국 주가지수인 FTSE 100은 지난 20년간 횡보했다. 배당을 포함해도 주식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3.3%에 불과했다. 이는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과 비슷하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주가지수인 S&P500의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8.5%다. 이 둘의 차이를 따져 보면 FTSE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가지수에서 바뀐 종목이 거의 없다. 반면 S&P500은 놀라운 신성장 기업들로 교체되었다. 우리가 투자를 늙은 경제에서 젊음이 약동하는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증거다.
그런데 젊음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일본 주가지수인 Nikkei225는 1989년 고점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 도요타, 소니 등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나 그 기업들이 늙었고, 젊은 기업들로 교체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테슬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다. 지금도 놀라운 성장 이야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계속 태어나고 있고, 돈은 그쪽으로 계속 넘어간다.
기업이 늙기 전에 탈출하자
가상 화폐 가운데 지금은 비트코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화폐 가치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높아짐을 감안할 때 디지털 화폐의 패권은 이용자를 편하게 해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신기술이 차지할 것이다.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도 있다.
여기서 개인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화폐 수요가 늘어나리라 확신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신기술이 등장해 기존 기술을 대체할지 조사하고, 또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아 투자 대상을 교체하는 작업은 개인에게 역부족이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펀드를 만들고 관리하므로 투자자는 ‘가상 화폐’와 같은 성장 테마를 가진 펀드를 사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가 의도한 성장이 주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성장 모멘텀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멧커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1980년에 소개됐다. 투자자들이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의 가치를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플랫폼에도 일찍 늙는 것들이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미어캣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경계를 서는 흥미로운 모습을 봤을 것이다. 미어캣의 개체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파수꾼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경계에 실패하고, 무리는 쉽게 소멸한다. 반면 무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빠르게 개체 수가 늘어나는데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다시 줄어든다. 왜냐하면 주변 먹이를 무분별하게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플랫폼 가운데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하는 우버(Uber)는 최근 운전자에 대한 보상을 올려줬다. 왜냐하면 배달하는 앱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데 이들도 운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우버는 서비스 가격을 올리기도 전에 먹이 경쟁부터 치열해진 것이다. 플랫폼 투자가 좋지만 남과 먹이를 공유하지 않을 수 있는 젊은 차별성을 찾자.
2022년 주가지수는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드러진 성장을 이야기하는 젊은 기업이 계속 등장하며 기득권을 구세대 스타로 전락시킬 것이다. 돈은 더 새로운 쪽으로 쏠릴 것이며, 우리도 그 추세를 따라 흐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