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체스터 프렌치, 존 하버드, 1884년, 청동, 180x98x165cm, 하버드 대학 소재.

매년 여러 기관에서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상위권에서는 영미 몇몇 대학이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실제 순위와 무관하게 ‘우리 마음속 1위’는 늘 하버드다. 미국 최초 대학이자 미국 대통령, 억만장자,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가 아닌가.

하버드는 미국 건국 이전인 1636년, 매사추세츠주의 지도자들이 건립한 신학교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뉴 칼리지’라고 불렸으나 1638년 영국에서 갓 이민 온 목사 존 하버드가 나이 서른에 사망하면서 장서와 유산을 기부해, 그 뜻을 기리기 위해 ‘하버드 대학’으로 명명했다. 그러니 실제 존 하버드는 하버드 대학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지만, 오늘날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존 하버드의 청동상 앞이다. 단정한 성직자 옷차림으로 책을 펼쳐 든 채 진지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는 젊은이의 이 좌상은 1884년 보스턴의 한 자산가가 미국 조각가 대니얼 체스터 프렌치(Daniel Chester French·1850~1931)에게 주문해 쾌척한 것이다. 하버드의 초상이 전혀 남지 않은 상황에서 프렌치는 초기 영국 이민자의 후손이자 하버드 학생이던 한 청년 얼굴에 상상력을 더해 조각을 완성했다.

언젠가부터 이 상(像)의 왼쪽 신발을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회자됐다. 덕분에 검은 청동상에서 왼쪽 신발코만 눈부시게 빛난다. 사람마다 바라는 행운은 제각각이겠지만, 하버드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소망은 한결같이 ‘일류대 진학’이다. 그런데 하버드 재료공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2만명만 조각을 문질러도 166년 후면 존 하버드의 왼발이 닳아 없어진다고 한다. 과연 166년 뒤에도 우리의 소원이 여전히 일류대 진학일지는 물론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