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저스(Voyagers∙2021)’.

2063년, 심각한 온난화로 종말을 향해 가던 지구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인류 이주 계획을 준비한다. 이들은 우성 인자들을 모아 영재 30명을 인공수정하고 목표 행성으로 떠날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탐사선과 똑같이 디자인된 격리 공간에서 훈련시킨다. 이 아이들의 훈련 책임자 리처드(콜린 패럴)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제 자식 같다. 탐사 출발 일이 다가오자 리처드는 자식들만 우주로 떠나보낸다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 ‘보이저스(Voyagers∙2021)’의 한 장면이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우주로 떠나겠다며 탐사대장 역을 자청한 리처드. 그는 목표 행성에 도달하기까지도 몇 세대가 걸리는 계획이므로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의 보호자 역을 맡는다.

목표 행성까지 여정 중에 감정으로 인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이들은 ‘블루’라는 약을 끼니마다 의무적으로 복용한다. 이 약은 성욕은 물론이고 분노와 슬픔, 기쁨 등 인간의 원초적인 충동을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우연히 ‘블루’의 약효를 알게 된 아이들은 회의를 느끼고 리처드에게 반감을 드러내며 따진다.

“우리가 선택해서 온 것도 아니잖아요.(We didn’t ask to be here)” 감정을 통제당한 채 철저히 우주 탐사만을 위해 탄생하고 훈련받은 아이들은 이제야 서서히 자기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리처드는 모두가 다르지 않다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뭐가 될지 선택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살아내는 방식은 본인이 선택해야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결정해야 해.(You gotta decide what kind of person you want to be.)”

목표 행성까지 몇 세대가 죽고 태어나야 하는 긴 여정. 지구를 꼭 닮은 이 탐사선에서 과연 이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죽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