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이와 깊이에 따라 바다에도 차이가 진다. 땅 주변의 상대적으로 얕고 좁은 바다는 한자로 해(海)라고 적는다. 우리 동해(東海)와 서해(西海) 등의 명칭을 떠올리면 좋다. 그보다 훨씬 깊고 넓은 바다는 양(洋)이다. 오대양(五大洋)이라고 일컫는 바다다. 태평양(太平洋), 대서양(大西洋), 인도양(印度洋), 남빙양(南氷洋), 북빙양(北氷洋)이다. 영어로 따지면 앞의 바다는 sea, 뒤는 ocean이다. 큰 바다는 작은 바다에 없는 독자적 조류(潮流)와 조석(潮汐)의 체계를 지닌다.

큰 바다, 대양(大洋)을 넘어온 사람들과 문물(文物)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감은 동양 사회에서 뚜렷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언어 습속에서 그 점은 퍽 두드러진다. 우선 배에 실려 바다 건너온 물건을 박래품(舶來品)이라고 했다. 서구 열강(列强)의 문물을 보며 중국인들이 품었던 복잡한 감성이 담겼다. 그곳에서 온 사람들은 양인(洋人)이라고 적었다. 물건만 지칭할 때는 양품(洋品)이나 양화(洋貨)다. 그런 서구의 물품을 파는 곳은 양행(洋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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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감이 거꾸로 멸칭도 낳았다. 양귀자(洋鬼子)는 ‘서양 x’이란 뜻이다. 체모(體毛)가 많은 서방 사람들을 ‘털북숭이’라는 뜻의 양모자(洋毛子)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인의 모습을 양상(洋相)이라고 적은 뒤 ‘꼴불견’의 뜻으로 이해하는 사례도 그렇다.

‘십리양장(十里洋場)’은 서구 문물이 일찍 정착해 그 분위기가 도시 가득 흘러넘쳤던 상하이(上海)의 별칭이다. 이제 그곳 초·중등 학교의 영어 교육을 전면 줄인다는 소식이다. 이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다 느닷없이 강해지는 중국의 외세 배격 흐름이다. 바닷길을 막았던 과거 왕조시대 해금(海禁)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 1978년 이후의 개방 풍조는 따라서 크게 꺾이고 있다. 중국에 아주 심상찮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