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야구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정규 시즌이 한창인 여름에는 각 구장마다 지역 연고팀을 응원하는 관중들로 연일 성황이다. 몇 년에 걸쳐서 미국의 모든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순례 여행하면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 25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하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야구장 풍경은 꽤 친숙해졌다.

보스턴 팬웨이 파크.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분위기에서 으뜸인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Fenway Park)가 있다. 1912년 개장하여 109년 역사를 가진 구장이다. 여러 번의 개조, 확장 공사로 모양도 반듯하지 못해서, 유명한 외야의 높은 벽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사진>와 같은 명물도 탄생했다. 펜웨이 파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광고판을 포함한 기존 구조물을 바꾸지 못한다. 덕분에 구장은 포근한 빈티지 느낌 그 자체다. 마치 과거로 여행해서 몇 세대 전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타 구장은 디지털 전광판을 사용하지만 이 구장의 메인 스코어보드는 수동이다. 한 점씩 점수가 날 때마다 사람이 손으로 숫자를 바꾸는 풍경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다소 낡고 불편하지만, 부수거나 새로 짓지 않고 고쳐가면서 지켜온 덕분에 오늘날 이렇게 멋진 구장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보스턴 팬웨이 파크.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레드 삭스(Red Sox)’의 홈구장인 이곳에서는 8회 중간에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트 캐럴라인(Sweet Caroline)’을 합창한다. 1997년 구장에서 음악을 담당하던 직원의 지인이 ‘캐럴라인’이라는 이름의 아기를 출산한 기념으로 노래를 튼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전통이다. 실제로 여기서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하려 경기장을 찾는 사람도 있다. 전통과 빈티지,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펜웨이 파크는 노래가사만큼이나 달콤하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지게 보존할 수 있는 야구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페인 코르도바(Cordoba)의 메스키타(Mezquita)에 관하여 카를 5세(Carlos V)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는 언제든지 지을 수 있는 건축을 위해서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추억의 공간을 파괴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보스턴 팬웨이 파크.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