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밤, 모모는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아치 지붕처럼 얹고 있는 옛 극장 터의 둥근 돌 의자에 앉아 거대한 정적에 귀를 기울였다. 모모는 마치 별세계를 향해 귀 기울이고 있는 커다란 귓바퀴의 한가운데 앉아 있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러면 야릇하게도 심장을 깊숙이 파고드는, 나지막하고도 힘찬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았다. - 미하엘 엔데 ‘모모’ 중에서
며칠 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지인의 글이 특정 사상을 가진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무리로 몰려와 글 쓴 사람을 조롱하고 비웃고 인격적으로 모욕했다. 다시는 생각도 하지 말고 글도 쓰지 말라는 식의 언어폭력이 난무했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속 모모는 버려진 원형극장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다. 처음엔 가엽다며 먹을 걸 가져다주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에게 모모는 곧 소중한 친구가 된다. 모모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람들은 힘든 일, 괴로운 일,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찾아와 실컷 마음을 털어놓고 후련해져서 돌아갔다.
모모는 한 번도 ‘왜 그랬나요? 그래선 안 돼요. 이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어줄 뿐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했고 눈앞이 환해진 듯, 어렵게만 보였던 문제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자기를 바라봐주고 이해해주고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넌 틀리고 나만 옳다’며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모모는 혼자 적막한 시간을 보낸다. 온종일 이웃들이 내려놓고 간 일상의 부스러기들과 혼란한 생각과 어지러운 마음 조각들을 버리고 비운다. 누구에게나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마음과 귀를 꼭 닫고 오직 자기 이야기만 들어 달라 아우성이다. 그렇게 모모는 우리를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