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을 알려주게. 다시 젊어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네. 청춘! 세상에 젊음만 한 것이 또 어디 있겠나. 젊은이들이 무식하니 어쩌니 하는 말은 다 어리석은 소리야. 요즘 내가 경청할 만한 이야기를 하는 건 모두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뿐일세. 젊은이들이 나보다 앞서가는 것 같아. - 오스카 와일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중에서

힙합 가수처럼 청바지와 티셔츠, 검은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를 쓴 70세 전직 총리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68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온라인 게임을 하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질세라 65세의 현직 도지사도 뮤직비디오를 냈고 50세의 여당 의원은 걸그룹의 춤을 흉내 내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대선 후보로 나선다는 정치인들의 최근 행보다.

오스카 와일드가 1890년에 발표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영원한 젊음을 탐했던 인간의 파국을 그린다. 스무 살의 그레이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매혹된다. 쾌락주의자 헨리 워튼 경도 그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며 인생에서 가치 있는 건 잠시 후면 사라질 젊음과 눈앞의 아름다움이라고 부추긴다. 젊어질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며 그레이를 부러워한다.

그레이는 초상화가 자기 대신 늙어가길 바라게 되고 소원은 이루어진다. 그가 방부제 같은 젊음을 유지하며 온갖 쾌락을 탐하는 사이, 그가 지은 죗값을 대신 치르듯 그림은 추하게 나이 들어 간다. 그리고 어느 날, 젊음에 집착하느라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아쉬워하며 인생을 후회하던 그레이는 혐오스럽게 변해버린 초상화 앞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젊음은 아름답다. 그러나 젊다는 것과 철없는 것은 다르다. 노화를 거부하고 젊음에 집착하는 증상을 ‘도리안 그레이 신드롬’이라고 한다. 서른여섯 살의 야당 대표와 스물다섯 살의 대통령 비서실 청년 비서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절이다 보니 정치 무대가 점점 막장 코믹 드라마의 오디션장이 되어간다. 격과 지성과 애국심 그리고 능력을 갖춘 정치인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