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백설 공주’.

왕비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자신감이 과하고 오만해서 누군가 자신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조차 견딜 수 없어 했다. 왕비에게는 마법의 거울이 있었는데 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물었다. “거울아, 이 세상 모든 여자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그러면 거울이 대답했다. “왕비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요.” 왕비는 행복했다. 거울이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 그림형제 ‘백설 공주’ 중에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서전을 쓰는 것이다. 소박했든 치열했든 한평생을 살며 깨우친 지혜를 자손과 지인에게 글로 남기는 일은 소중하다. 그런데 자칭 ‘사회주의자’라 천명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의 책은 역대 최고 판매 지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점에 나오기도 전에 4만부 이상 예약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동화로 재탄생시킨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에는 미모를 판정해주는 마법의 거울이 나온다. 늘 왕비가 최고라고 말해주던 거울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백설 공주의 아름다움을 더 높이 평가한다. 분개한 왕비는 공주를 죽이려 한다. 그런데 동화 속 마법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 속에서 만나는 자기 얼굴과 친숙하기 때문에 호감도가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얼굴은 좌우가 뒤바뀐 모습이다. 셀프 카메라 사진도 마찬가지다. 각도와 조명, 더 예쁘게 보정해주는 앱을 사용하면 연예인 같은 외모를 뽐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믿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

시인 하이네는 ‘인간이란 자신에 관해서는 반드시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므로 정직한 자서전은 없다’고 했다. 해명하고 싶은 게 많을수록 기억의 왜곡과 자기 연민, 변명이 더해진다. 거짓과 진실이 뒤바뀐 기억의 거울, 추함이 포장된 인생의 셀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진실한 인간이지? 하고 물으면 “바로 당신!”이라고 답해주는 것이 면피성 자서전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