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디론가부터 늘 음식을 공급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농사에 충분한 경작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의 현대인이 섭취하는 식재료 대부분은 식탁에 오르기까지 평균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한다. 당연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되거나 이동 중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연스레 건강한 먹거리와 로컬 푸드에 대한 문제가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도시와 가까운 지역 농부들의 재배 작물을 파는 주말 노천 마켓이 유행하고, 레스토랑에서도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 to table)’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건물 중간과 옥상에 자리 잡은 녹지는 미래 도시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이 녹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원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경작지도 포함되어 있다. 도시 농업에 대한 실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회비용이나 농업 생산성, 예산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안 중 하나는 도심을 흐르는 강을 이용하는 것이다. 2003년 뉴욕에 ‘식재료의 숲’이라는 모토로 ‘사이언스 바지 (Science Barge)’가 등장했다<사진 1>. 허드슨 강 위에 바지선을 띄워 놓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인공 수조에 물고기를 키우는 실험을 한 것이다<사진 2>. 최근에는 이 개념을 확장하여 바지선을 텃밭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소개되었다. 바지선 위에 흙을 담는 컨테이너를 만들고 토마토, 비트, 아스파라거스 등의 채소와 바질, 민트 같은 허브를 키우는 것이다.
도시는 강을 끼고 발달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조건이 충족된다. 도시의 면적을 생각할 때 우리는 발을 딛는 육지만 생각하지만 강도 의외로 넓고 활용 여지가 많다. 농업을 위한 바지선은 강과 주변의 섬 근처를 돌아다니거나 정박할 수 있다. 인근 농장들의 참여가 가능하고 시민들의 탑승이 가능하다. 바지선의 한편에서 작은 공연 같은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다. 도시 농업을 위한 바지선은 교육적 가치도 크다. 강은 도심의 내륙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토지 이용의 효율성 문제나 퇴비 냄새로부터도 자유롭다. 흙과 식물이 있는 바지선의 겸손한 외관이 현재 한강의 요란한 구조물들을 대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