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주로 쓰이는 ‘예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색채 예보(Color Forecasting)’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고, 초창기에는 계절별로 다른 색상 카드를 사용하여 앞으로 유행할 색채를 예측했다<사진>. 오늘날 색채 예보를 주관하는 기관 중 하나는 미국의 ‘컬러 마케팅 그룹(Color Marketing Group)’이다. 1962년에 설립돼 내년 회갑을 맞이한다. 수백 명의 사회학자, 심리학자, 디자이너, 물리학자 등이 모여 가까운 미래의 색채를 연구, 예측, 발표하는 단체다. 과거에는 단지 예보에 불과했다. 즉 날씨처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패션, 인테리어,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이 예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어 유행시키면서, 이제는 예보가 아닌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를 무시하고 나름 독자적인 색채를 시도했다가 트렌드에 역행,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오렌지, 옥스퍼드 블루, 와사비, 실버 등의 디지털 컬러가 21세기의 서막을 열었다. 남미의 문화가 부각되던 2005년에는 ‘체리 핑크’가, 생태 환경이 강조되기 시작한 2010년대에는 여러 겹의 파란 바다색이 겹친 ‘아쿠아’가 유행했다. 요즈음은 색채의 명칭을 아예 ‘리듬’ ‘컨트롤(Control) Z’같이 추상적 개념을 병행하며 예보하기도 한다. 소비의 주축인 MZ세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코로나의 중심에 있던 2021년의 색채는 튀지 않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저항과 용기, 지속을 상징하는 부드러운 회색과 베이지, 그리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개(Mist)’가 키워드였다. 2022년의 색채 예보는 희망과 회복이 주제다. 밝은 블루나 노란 전구 빛, 계란 노른자의 ‘서니 사이드 업(sunny side up)’,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신비의 삶을 표현하는 엷은 보라색이 예측된다. 포스트 코로나에 세계경제가 다시 호황을 맞이하면 수년 후 다시 원색 계통의 과감한 색조가 유행할 거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