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증은 폭식 행동과 더불어 억지 구토나 관장약 복용 같은 체중 증가를 막으려는 비정상적 행동이 함께 있는 경우로 몸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폭식은 식욕 문제인 듯 보이지만 내면에 심리적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필요한 만큼만 배가 고파서 에너지를 섭취한다면 폭식과 비만 같은 문제가 일어날 리 없다. 몸이 아닌 마음이 고픈 심리적 허기를 위로하고자 마약처럼 음식을 먹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폭식증은 젊은 나이에 흔하지만 중년 폭식증도 있다. 중년 폭식증은 호르몬 변화와 같은 생리적 요인과 함께 빈둥지증후군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자녀가 직장 얻고 결혼해 독립하면 신나게 내 인생을 살겠다’고 말하는 부모가 많은데 막상 자녀가 독립하면 삶의 목적이 사라진 듯한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오는 일이 많다.

부모라는 직업이 참 어렵다고 본다. 자녀와 적정 거리를 두고 너무 잔소리 말고 부모도 자기 인생을 즐기라는 조언이 정답임은 알지만 마음이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효도는 노력해야 하는 도리이지만 부모의 내리사랑은 강력한 본능이라 생각한다. 빈둥지증후군은 마치 은퇴할 때 발생하는 정체성의 흔들림처럼 부모라는 본능의 역할이 옅어질 때 일어나는 허무 현상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라 이야기하는 자녀가 꼭 효자는 아닌 것이다. 일부러 힘든 일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 ‘어제 소개팅 했는데 별로였어요, 어떤 사람이 좋을까’ 하고 소소한 고민거리를 이야기해주는 자녀가 더 효자일 수 있다. 부모로서 역할을 하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부모 처지에선 자녀가 다 컸으니 나도 이제 신경 끄자며 빈 둥지의 허전함을 너무 밀쳐 버리려는 것도 좋지 않다. 빈둥지증후군은 병이 아니다. 내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증거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관계가 내가 더 사랑하는 관계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와 관계 맺기가 어렵고 빈 둥지의 허무도 찾아오는 것이다.

자녀의 연락을 섭섭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내가 자녀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도울 것은 없는지 찾아보고 행동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주변에 좋은 관계도 늘려가고 취미 등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오히려 빈 둥지라는 스트레스가 내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준다는 연구가 있다. 문득 ‘올 한 해 부모도, 자녀도 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