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년 전 영국에서 신호등이 처음 만들어졌다. 거리에 넘쳐나는 마차의 교통을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일일이 수동으로 작동했는데, 가스를 이용하다가 폭발하는 바람에 철거되었다. 오늘날 같은 신호등은 191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레스터 와이어(Lester Wire)가 발명했다. 자동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본격적으로 신호등의 필요성이 대두하던 때였다. 새장처럼 생겨서 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장난인 줄 알았다고 한다. 먼 곳에서도 잘 보이고 위험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이에 대비되는 초록색이 선택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현재는 노란색 경고등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 신호까지 덧붙고, 컴퓨터로 자동 작동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세계 곳곳에는 창의적 신호등 디자인이 꽤 있다. 그중 독일 베를린의 ‘신호등맨(Ampelmann)’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단조로운 원형 불빛 대신에 친근한 사람 캐릭터를 삽입하여 인기를 끌었고, 다른 신호등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은 신사가 걷거나 서있는 모습과 같은 변형도 등장했다. 그 외에도 스마일 표시나 하트, 별, 물방울, 토끼 형태부터 80년대의 전자 오락 ‘갤러그’에 등장하는 외계 비행선까지 다양한 신호등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예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시내에 있다. 기존 신호등 규격의 고정관념을 넘어 실제 사람과 같은 크기로 만들었다. 스케일의 힘이 느껴진다<사진>. 신호등 디자인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거나 사람이 걸어가는 애니메이션으로 남아 있는 초를 알려 주는 방식은 현대인의 생활 속도에 맞춘 버전이다. 최근에 도입되어 유행이 된 형태는 횡단보도 바닥에 들어간 선형 신호등이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걷는 현대인의 습관을 반영한 것이다.
신호등은 공공의 약속이자 상대방의 시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움직임의 질서를 부여하는 장치다. 매일 도로에서 접해서 무감각하지만 그 디자인이 독특하면 바라보는 짧은 시간이 즐겁고, 설치한 도시도 특별하게 기억한다. 일상 사물에서 흥미를 찾는 경험을 주는 것은 디자인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