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본적인 것, 진실을 알아야겠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사십일 년이란 세월을 견디었겠나? 나는 믿을 수 없는 형제, 도망간 친구였던 자네를 기다린 게 아닐세. 희생자인 내가 재판관이 되어 피고가 된 자네를 기다린 거라네. 마침내 내 앞에 자네가 앉아 있는 지금, 나는 묻고 피고는 대답해야 하네.” - 샨도르 마라이 ‘열정’ 중에서.

1942년에 발표한 ‘열정’은 공산주의에 반대했던 작가가 헝가리를 떠나 세계를 떠돌게 되면서 출간이 금지되었다가 소련이 해체된 후 세상에 알려진 작품이다.

샨도르 마라이의 소설 ‘열정’에서 헨릭은 4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와 마주 앉는다. 사냥이 있던 오래전 그날, 형제처럼 믿었던 친구는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가 겁먹은 생쥐처럼 달아나버렸고 아내는 입을 꼭 다문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친구와 아내는 그를 배신한 것일까? 의심과 복수의 불길에 휩싸여 젊음을 보내야 했던 헨릭은 여든 살을 앞두고서야 친구에게 묻는다. “자네가 날 죽이려 했던 걸 내 아내가 알고 있었나?”

진실, 그 자체는 아무 힘도 없는 것 같지만 아내는 진실을 말할 수 없어 속병 들어 죽었고 헨릭은 진실을 알아야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의 고독을 홀로 견뎠다. 비겁하게 떠났던 친구가 노년에 돌아와 헨릭과 마주 앉은 것도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진실을 발설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1942년에 발표한 ‘열정’은 공산주의에 반대했던 작가가 헝가리를 떠나 세계를 떠돌게 되면서 출간이 금지되었다가 소련이 해체된 후 세상에 알려진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기보다는 고통을 안고 죽을지언정 진실을 직시하겠다는 인간의 결연한 선언이 담겨 있다.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태, 원전 조기 폐쇄 과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수 활동비 남용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과 백신 접종 사망자 논란 등, 그 속에 감춰진 거짓과 진실은 무엇일까? 어느 나라, 어느 정당,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든 다르지 않다. 정직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면 어떤 거짓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똑바른 재판관의 마음으로, 진실을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이야말로 거짓된 세상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