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텅 빈 교회가 이 시대를 말해 준다. 어찌 혼란에 빠진 세상을 위하여 기도하지 않으랴!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시고, 다툼이 있는 곳에 화평을 주시옵소서….
깊은 기도 중 연락이 왔다.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과일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CGN TV로 영상 예배를 드리다가, 우리 교회 이야기를 보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실로 감사하여, 오시라 하였다. 얼마 후, 옥외 주차장에 나가보니 트럭을 몰고 오셨다. 자그마한 아주머니 한 분이셨다! 거리에서 트럭으로 장사하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아니 되어 고민하던 중 찾아오신 것이다. 사과, 복숭아, 청포도 모두 합해 60박스를 싣고서! 복숭아와 청포도는 올해 아직 맛보지 못한 아주 좋은 것이었다. 나는 “아이고 이 무슨 일인가? 살기도 어려우실 텐데 싸게라도 팔아야지! 어찌 이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주머니는 마스크를 썼지만, 사랑 가득한 깊은 눈빛만은 가을 햇살 아래 빛났다. 성함을 물으니, “목사님, 알리지 말아주세요” 한다. 가슴이 먹먹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픈 것이다. “집사님, 그러면 사진이라도 한 장 저랑 찍으세요. 마스크 쓰셨으니 남들이 모를 겁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함께 드렸다. 어찌 축복의 기도가 나오지 않으랴!
오전 예배를 마치자마자, 교우들과 함께 식사도 간식으로 때우고 서울역으로 갔다. 우리는 평소에 서울역에 나가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어려운 분들이 서울역에서 나오도록 돕고 자립하도록 섬기는 것이다. 그리고 자립한 분들이 우리와 함께 서울역의 어려운 분들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식사를 준비하여 서울역으로 나간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노숙인을 위한 예배와 여러 모임과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돕던 손길들도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평소처럼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으면 행복합니다’ 현수막을 세우니 노숙하시는 분들이 스스로 줄을 서며 모여들었다. 나는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며, 마스크 쓰지 않은 분들에게 마스크를 드리며 거리를 두자 하였다. 노숙 형제들 중에서 몇몇 형제들이 나서서 질서를 잡아주며, 장애인들을 맨 앞으로 안내했다. 줄은 날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우리는 미리 준비한 떡과 바나나와 두유와 마스크 세트를 드렸다. 그리고 그 위에 잘 익은 커다란 복숭아와 청포도를 더하여 드렸다. 노숙인대학 출신인 한 형제가 커다란 복숭아를 보고는 농을 걸었다. “목사님, 이게 웬일이래요. 가난한 교회에서!” “아, 오늘 천사가 다녀갔어요!” “목사님은 맨날 뻥 때리더라!” 너무도 풍족해 하는 환한 얼굴들을 보면서, 아침에 다녀간 키 작은 과일 장사 아주머니 천사가 떠올랐다. 그 사랑 가득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려울 때엔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렵게 되지만, 어려운 이들이 천사로 쓰임 받는 것인가! 이러한 분들을 보며 나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지난 주에도 어떤 목사님 부부가 서울역에 매일 밥을 해가다가 쌀이 떨어졌다고 하였다. 할 수 없어 우리 가진 것의 반을 보내 드렸다. 그리고 남은 100㎏를 거의 소진하니, 바로 다음 날 어떤 분이 100㎏을 보내겠다 연락이 왔다. 나누어 주던 마스크도 다 떨어지자, 약 3000장이 채워졌다. 이 시대에는 하늘에서 천사들을 직접 보내시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천사의 기쁨을 누리게 하시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대엔 기적도 사라졌다. 이미 십자가를 통한 사랑의 절대 기적을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