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자녀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 건강, 행복, 이렇게 세 가지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세 가지 가치의 순서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안전과 건강보다 행복을 우선시할 경우 종종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침체에 빠진 부산 경제를 살릴 좋은 방안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부산시는 2029년 엑스포 유치를 목표로 공항 건설도 그때까지 마치도록 계획을 세웠다. 가덕도 주변에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난공사라는 걸 감안하면 무리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부산의 엑스포 유치는 아쉽게도 무산됐다. 따라서 굳이 2029년까지 서둘러 공항 건설을 마쳐야 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부산시는 2029년까지 완공하려는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무런 건설사도 입찰하지 않았다. 몇 차례 유찰 후에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했다. 6개월 동안 현대건설은 250여 명의 전문가를 동원하고 650억원을 들여 정밀 진단을 했다. 그 결과 정부에서 정한 공사 기간 84개월보다 24개월 더 긴 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공사 기간을 연장하고 새로운 공사 기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사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현대건설은 공사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현대건설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부산의 한 일간지는 스스로 대기업의 위상을 포기한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는 현대건설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국책사업을 지연시키고 추가적인 세금 투입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최근에는 조달청과 국토교통부가 현대건설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들도 국가계약법 위반이라며 현대건설을 몰아붙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가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즉, 경제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정부가 밀어줬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성 검토를 면제받은 것은 아니다. 어려운 공사를 빡빡한 공기 안에 서둘러 마무리하고 개항한다고 했을 때 만에 하나라도 안전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럴 경우 짧은 공사 기한을 준수하라고 우긴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 시민단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당국자는 아마도 은퇴한 다음일 것이고 시민단체는 어디론가 숨을 것이다.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할 것이다.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한 의사 결정을 한 현대건설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아직 ‘안전 불감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안공항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불과 작년 말이다. 과거의 사고로부터 깨달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안전, 건강, 행복의 순서는 중요하다. 지역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서 정책을 결정하길 바란다.